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이 사망 9일 만인 17일(현지시간) 각국의 조문객 2,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엄수됐다. 대처 전 총리의 집권기에 고난의 시기를 보낸 노조 등이 대처 반대시위를 벌인데다 때마침 전날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까지 일어나면서 이날 장례식은 초긴장 속에 치러졌다.
이날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은 가장 성대한 국장이었던 지난 1965년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장례식에 비견될 만큼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의 유해가 실린 관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이 씌워진 채 장례식이 열린 세인트폴 성당으로 운구됐다.
운구행진은 세인트클레멘트데인스 성당을 거쳐 세인트폴 성당에 이르는 3㎞ 구간에서 이뤄졌으며 700명이 넘는 남녀 군인들이 예를 갖췄다.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의 대형 시계탑인 빅벤은 처칠 전 총리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장례의식이 거행되는 동안 애도의 뜻으로 타종을 멈췄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수백만파운드를 들인 성대한 장례식에 대한 반발도 쏟아졌다. 피터 만델슨 전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나는 국장에 준한 장례식을 무시할 것"이라며 "대처는 처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런던 시민 800여명은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매기의 속 시원한 파티'를 열었으며 대처에게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은 운구행렬이 지나는 동안 등을 돌렸다. 더구나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이어 조문객과 시민을 겨냥한 테러가 우려되자 영국 경찰당국은 경찰력 4,000명을 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폈다.
한편 이번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부부를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토니 블레어 등 전현직 총리, 월드와이드웹(www)을 창시한 팀 버너스리 등 전세계 조문객 2,300여명이 모였다. 미국에서는 현직 고위관리를 보내지 않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초청장을 받았으나 참석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조지 슐츠,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정부 조문대표로 참석했으며 딕 체니 전 부통령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장례식에 모습을 나타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옛날 냉전시대의 동지들이 다시 모인 마지막 자리가 될 것"이라고 촌평했다.
이에 앞서 전날에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비공개로 추도식이 거행됐다. 30년간 봉사했던 의회를 찾은 고인의 시신은 추도식 후 의회와 정부 관계자 등 조문객을 맞았다.
장례의식이 끝난 후 유족들은 런던 모트레이크에서 화장식을 치른 후 유해를 왕립첼시안식원에 먼저 묻힌 남편 데니스 대처 경 옆에 안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