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찌든 현대인의 힐링 공간으로

'뮤지엄 산'으로 다시 태어난 한솔뮤지엄
국내 대표 판화작가 작품 등 150점 선봬

변관식의 '무창춘색'

황규백의 '양귀비꽃'

강원도 원주에 자리한 한솔뮤지엄이 '뮤지엄 산'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27일 밝혔다. 또한 정규, 오윤, 변관식 등 국내 대표적인 판화작가와 한국화가의 작품 150여점으로 구성된 전시를 새로 선보인다.

'뮤지엄 산(SAN)'은 '스페이스(Space), 아트(Art), 네이처(Nature)'의 앞 글자와 'Slow Art and Nature(느리게 만나는 예술과 자연)'이란 의미를 중첩한 것으로, 현대 문명에 찌든 현대인에게 정신의 휴양처,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겠다는 설립 의지가 담겨 있다.

오는 9월 14일까지 열리는 '진실의 순간: 한국화와 판화'전에선 한국화와 판화를 중심으로 변관식, 박노수, 서세옥, 이응노, 한묵, 정규, 황규백등 작가 40여 명의 작품 150여 점이 대거 선보인다.

우선 195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현대목판화 개인전을 연 작가 정규를 집중 조명한 10점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그의 작품에는 별도의 에디션이 없어서 사실상 1점 회화와 다름이 없는데, 국내에 현존하는 정규의 작품 30여점 가운데 '뮤지엄 산'이 소장하고 있는 10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였다. 가로 길이가 4m에 달하는 변관식의 '무창춘색'(武昌春色)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굽이굽이 산등성이마다 봄꽃 사이로 아름드리 초가집이 자리잡고 있고, 소나무의 생동한 기운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이밖에 목판의 거친 톤을 이용해 민중의 애환과 시대적 정신을 담아낸 오윤의 작품과 박수근 특유의 마티에르(질감)가 묻어나는 사후 제작 판화, 프랑스 서정시인 미쉘 뷔또르의 시가 자필로 적혀 있는 이성자의 시판화집 등을 선보였다.

한솔뮤지엄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맏딸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40여년간 수집해온 소장품들을 일반 관람객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바람ㆍ돌ㆍ물 등을 테마로 건축한 데다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의 상설전을 아시아 최초로 설치해 개관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유료 관람객 규모도 당초 예상치인 3만여명을 훌쩍 뛰어넘는 7만여명(2013년말 기준)에 달하면서 일찌감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미술관 측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10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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