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저금리에 갈곳 없는 돈 증시 몰리며 1900 견인… 부동산으로 옮겨 갈수도 집값 올들어 제자리 수준… 부동산 쏠림 가능성 적어
입력 2010.10.17 17:38:21수정
2010.10.17 17:38:21
초저금리가 장기화하고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재탈환하면서 금융시장의 거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 거품이 부동산으로까지 옮겨붙어 자산시장 전반의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금리가 낮으면 소비자와 기업이 돈을 빌려 주식과 부동산을 사게 돼 자산급등을 일으켜 거품을 만든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적 이론. 우리나라에서 지난 수십년간 금융시장 버블은 곧바로 집값 상승 및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며 실물경기 전반에 큰 부담이 되는 전형적인 악순환에 빠지곤 했다.
금융시장만 놓고 보면 버블에 대한 우려를 감추기 힘들다. 2%대 초반의 저금리로 이미 주식시장으로는 돈이 몰릴 만큼 몰리며 불과 두 달여 만에 코스피지수가 15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 9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3,000억원 늘어난 42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가 이어지는데도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등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거품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오는 11월 초 5,000억~1조달러의 대규모 양적완화(QE) 조치를 단행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국내에도 어떤 식으로든 자금유입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선진국의 더블딥 우려보다는 신흥시장의 자산 거품이 더욱 가능성 있고 위험한 일"이라며 "선진국 이자율이 매우 낮고 금융시스템이 취약한 상황에서 새로 풀린 자금은 고수익을 찾아 신흥시장으로 몰릴 것이다"고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 연구실장은 "경제활동보다 금리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 지속될 때 버블이 생긴다"며 "지금처럼 계속 저금리로 가면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허석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국내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 과잉투자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맞물린 결과"라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DTI를 건드린 건 문제가 있다"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부동산시장 상황과 실물경기 전반을 놓고 볼 때 아직 거품을 우려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격이 별로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시장에서는 현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1월 101.6을 기록한 주택매매가격지수는 9월 기준 102.4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주택전세가격지수가 4포인트 넘게 오른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10년간 지속됐던 부동산 호황 장세는 끝났고 대세상승이 오려면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부채가 우려할 수준이기는 해도 여전히 국내 금융사의 대출건전성이 유지되고 대출비율 역시 안정적이라는 점도 거품론에 힘을 빼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정부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급격히 자금이 몰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