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요양병원 맞춤형 안전대책 필요하다


지난달 요양병원 화재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요양병원을 한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걱정했을 것이다. "희생자가 많을 텐데"라고 말이다.

환자 특성 감안 않고 소방법 일괄적용

필자도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우려가 컸는데 생각보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화재 당시 근무인력·초기대응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요양병원 운영과 관련해 실제 내막을 들여다보면 요양병원이 얼마나 안전 사각지대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복지정책이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바뀌어가는 것처럼 안전에서도 획일적 대책이 모든 대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이 점에서는 요양병원도 예외일 수가 없다. 의료법에는 요양병원이란 의사 또는 한의사가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주로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돼 있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주요 대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필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양시설에서의 의료 서비스 필요도, 요양병원에서의 과도한 환자유치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12년의 경우 노인장기요양등급(1∼3) 판정을 받고서 요양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전체 등급판정자의 3분의1(33.7%) 이상이 된다. 혼자서는 제대로 몸도 가누기 어려워 요양시설에 입소한 많은 어르신들이 진료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요양병원 환경 등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이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안전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연히 안전대책도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으로 제공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환자들을 보호하는 의료시설인 점을 감안해 일반병원과는 전혀 다른 안전대책이 강구돼야 함에도 요양병원의 안전기준은 일반병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병원기준에 따른 소방법을 적용하다 보니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조차 구비되지 않은 요양병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요양병원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전시대책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화재대책 포함해 평가체계 정비해야

다음으로 수요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안전대책도 문제지만 제대로 된 평가가 시행되느냐 하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2013년 1월 요양병원 인증제도를 만들었지만 인증기준에서 안전관리 항목은 금연규정 등 5개에 불과하고 정작 중요한 화재 관련 안전대책은 빠져 있다.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도 국가개혁 수준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제에 관리 대상 집단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형 안전대책이 마련되고 정확한 평가와 그에 따른 엄격한 법 집행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국민이 만족하는 안전한 사회를 마련할 수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