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린 피터 네처 감독의 루마니아 영화'차일즈 포즈(Child's Pose)'가 16일(현지시간)열린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차일즈 포즈'는 주도적인 성향의 어머니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 아들을 교도소에서 꺼내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과정을 그렸다. 공산주의 잔재가 남아있는 루마니아에서 돈으로 어려움을 해결하는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과 물질주의를 풍자했다.
2위 격인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에는 보스니아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신작'언 에피소드 인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언 피커(An Episode in the Life of an Iron Picker)'가 차지했다. 유럽의 집시 가족이 겪는 사무치는 가난을 그린 작품이다.
여우 주연상은 세바스찬 렐리오 감독의 칠레 영화'글로리아(Gloria)'에서 60대 이혼여성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연기한 파울리나 가르시아가, 남우 주연상은'언 에피소드∼'에서 집시 역할을 맡은 나지프 무직이 차지했다. 감독상 트로피는 영화'프린스 아발란체'(Prince Avalanche)의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에게 돌아갔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는 루마니아와 보스니아 영화가 나란히 금곰상과 심사위원 대상에 선정됨으로써 영화제 개막 초기부터 불었던 동유럽의 강세를 다시금 확인했다.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 해 기대를 모았던 홍상수 감독의'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공식 상영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홍 감독은 1997년 데뷔작'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포럼 부문에 초청받은 후 2007년'해변의 여인'이 파노라마 부문, 2008년'밤과 낮'이 장편 경쟁 부문 후보로 선정되는 등 베를린 영화제와 꾸준히 연을 이어왔다.
한편 경쟁부문 외에서는 한국 영화가 결실을 남겼다. 아이들을 입시 지옥으로 모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신수원 감독의'명왕성'이 어린이·청소년 영화를 다루는 부문인 제너레이션 포틴플러스(14Plus)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또'청이'를 연출한 김정인 감독도 제너레이션 K플러스 단편부문 특별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각 장애인 아버지를 둔 어린 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