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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그룹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스웨덴 기업군이 하나 있다. 바로 발렌베리 가문.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발렌베리그룹을 국내 재벌들이 따르려는 것은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 때문이다. 6대를 넘어 7대째 가업승계를 앞두고 있다.
오랫동안 기업을 일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배경에는 국민들의 무한신뢰가 있고 발렌베리그룹 후계자들의 확실한 병역 이행이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낸 주동력이다. 발렌베리그룹의 후계자가 되려면 스웨덴 해군 장교로 복무해야 한다는 전통에 비견할 만한 국내 재벌은 딱 한 곳뿐이다. 범(汎)현대가(家)가 그렇다. 2세는 물론 3세까지 충실한 병역 이행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복지사업으로 어떤 기업인보다 사회적 책임 완수에 앞장섰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후손들답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모범을 보이고 있다.
우선 2세들 중에서는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이 모두 육군 병장 만기제대나 학생군사훈련단(ROTC) 출신 장교로 병역을 마쳤다. 정 명예회장의 직계 3세 11명 가운데 군대를 면제받은 인물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유일하다.
정몽준 이사장과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는 부자가 나란히 ROTC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쳐 화제를 낳기도 했다. 사회 지도층 인사가 병역기피 의혹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허다한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를 소중히 여기는 현대가 후손의 이 같은 모습은 단연 돋보인다.
이는 생전에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정 명예회장의 가르침과 무관하지 않다. "인간의 최대 비극은 열심히 일해도 배고픈 것이고, 두 번째 비극은 돈이 없어 병을 못 고치는 것이며, 세 번째 비극은 가난해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는 게 정 명예회장의 일관된 지론이었다고 그의 측근들은 전한다.
지난 1977년 정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창립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사재를 출연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소신의 실천이다.
이 재단은 지금도 '우리 사회의 가장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취지 아래 의료사업과 사회복지·장학·학술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일대기 '이봐, 해봤어?'의 저자인 박정웅 메이텍인터내셔널 회장은 "기업인들이 도덕적인 측면에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게 아산의 소신이었다"며 "다른 재벌가에 비해 유독 현대가 후손들이 병역을 제대로 완수한 경우가 많은 것은 자랄 때부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선대의 가르침을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