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국제금융시장] 韓·美회계업계 비교

[대변혁의 국제금융시장] 韓·美회계업계 비교 '분식 결산과 봐주기 외부 감사, 엉터리 분석 보고서'. 우리의 얘기가 아니다. 1930년대 미국도 엉터리 회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1929년 10월 주가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에 대한 반성으로 미국은 두 가지 길을 선택한다. 금융과 회계제도 개혁이 그 내용. 오랫동안 미국식 자본주의를 규정해온 '글래스-스티걸법'과 '1933년법, 1934년법'도 이 무렵에 나왔다. 빅뱅과 금융대개혁으로 금융회사간 겸업금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글래스-스티걸법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1933년법 등은 아직도 건재하다. 이 법의 목적은 기업의 건전화, 투명화. 미국은 그 수단을 회계제도의 투명성에서 찾았다. 이 법이 발효된 후 분식회계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잘못된 회계보고서가 주식시장을 망치고 결국 금융시스템 전체를 붕괴시켰다는 반성이 미국 자본주의의 깊게 각인된 것이 이 시기였다. 회계감사를 잘못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철퇴가 내려졌다. 오늘날도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는 적절한 감시와 징벌을 가하는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반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로비단체' 역할만 한다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회계사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규정하고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한다는 윤리규정을 모두 두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까울 정도라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학계에 위탁, 윤리규정 개정안 초안을 만들었지만 1년이 거의 다되도록 시행을 안하고 검토만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윤리규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회계법인이나 회계사가 발생하면 회계사회 산하에 설치된 윤리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한 후 경고, 주의, 회원권리 정지 등 경징계는 직접 내리고 약간 더 과중한 1년 이하의 업무일부에 대한 직무정지, 견책 등에 해당되는 사항은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토론을 거쳐 결정한다. 그러나 특정회사 회계감사 참여제한, 감사보수 한도내 손해배상기금 적립, 회계사 직무정지, 등록취소나 회계법인 인가취소, 회계법인 업무정지 등 엄중한 처벌을 요하는 것은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의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재를 건의토록 돼 있다. 이중 회계사 등록 취소 직무정지, 법인인가 취소 영업정지는 증선위가 재경부에 다시 건의해 재경부가 제재를 결정토록하고 있다. 결국 엄중한 처벌을 요하는 부정이 적발됐을 경우 두 단계나 더 거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이 흘러야 징계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다. 그것도 거래소의 상장회사와 코스닥의 등록 회사들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감리해 증선위, 재경부를 통해 제재조치를 내린다. 그동안 정말로 중요한 중징계의 경우 심사를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지연, 학연 등을 통한 온갖 로비가 작용했고 번번이 용두사미로 끝났던 게 사실이다. 심사과정에서 감사시간 부족이니, 보수가 낮았느니 등 환경적인 '변명'요인이 반복되면서 본질이 흐려졌고 결국 있으나마나한 제재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기아사태 이전에는 처벌이라고는 경고, 주의 정도선에서 그쳤고 처벌 횟수도 고작 몇 건 정도로 미미했다. 재경부 차원의 처벌도 없었으며 가끔 증선위에서 몇차례 있었을 정도였다. 공인회계사회도 자기 규율보다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치중했다. 자기들끼리의 감시기능도 거의 없다. 반면 미국에서는 중징계도 협회에 개설된 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미국에서는 시장제도가 발달하면서 전문가단체가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고 한다. 협회에서는 보통 민형사상의 처벌보다 훨씬 강화된 처벌을 내린다고 한다. 물론 부정에 대한 징벌은 자율규제보다 소송을 통해 강력하게 이루어진다. 상호간의 감시체제도 잘 구축돼 있다. 미국공인회계사회는 회원들끼리 매년 정기적으로 감사조서를 보고 감사단계가 합리적인지를 서로 감리하도록 하고 있으며 문제가 있을 경우 협회에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행이 안되면 제재를 가한다. 주인기 연세대 교수는 "부정한 업체와 회계사에 대한 징벌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거치는 단계를 줄이고 가능하면 중징계도 실정을 잘 아는 협회가 내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 협회가 면허를 발급하고 한국에서는 정부가 발급하는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것이 솜방망이를 방치하는 이유가 되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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