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은행권 구조조정의 단상

김정곤 기자 <금융부>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명예퇴직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당초 정규직 1,800명, 비정규직 2,000명선이 대상이었지만 24개월치 급여와 자녀 학자금 지원은 물론 주식 200주 등 예상 외의 파격적인 조건 때문인지 전도유망한 젊은 직원들을 포함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인원들이 퇴직을 신청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명예퇴직을 실시했던 외환은행이 사측의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 대상자를 특수영업팀이라는 한직에 발령낸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물론 국민은행도 잠정적인 명예퇴직 대상자 중 퇴직신청을 거부한 258명을 지역본부 등으로 발령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민은행의 명예퇴직 과정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앞으로 상시적으로 일어날 은행권의 구조조정에서 연령ㆍ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예처럼 은행 측이 내보내려 한 직원들은 나가지 않고 한창 일해야 할 젊은 직원들 다수가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은 고용불안 문제가 연령층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은행권 신입사원 채용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최종 합격자 중 상당수가 중복 합격한 다른 회사를 선택하고 시중은행보다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국책은행을 무척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전문성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잡으면서 순혈주의 전통이 붕괴되고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번 명예퇴직의 화려한 잔치에 가려진 또 하나의 그늘은 비정규직 문제다. 국민은행의 비정규직은 전체 직원 10명 중 3명꼴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2,000명, 앞으로 2007년까지 1,000명을 더 내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비정규직은 맡은 업무량에 있어서 정규직과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1년마다 돌아오는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러나 정규직에 비할 때 받는 보상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번 명예퇴직 과정에서도 비정규직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물론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대우하라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일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이 문제를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할 때 이들의 노동에 대해 어느 정도 합당한 대우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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