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스마트폰 '조용한 인기'

아이리버 울라라·ZTE 제트폰·갤럭시 포켓 등
약정 기간 없는 10만~20만원대 잇달아 선봬
성능도 고가폰 못잖아 실속파 소비자 대거 몰려



스마트폰 값에 기겁하던 사람들 '희소식'
저가 스마트폰 '조용한 인기'아이리버 울라라·ZTE 제트폰·갤럭시 포켓 등약정 기간 없는 10만~20만원대 잇달아 선봬성능도 고가폰 못잖아 실속파 소비자 대거 몰려

이지성기자engine@sed.co.kr














(사진 위) 아이리버 '울라라', (아래 왼쪽) ZTE 'Z폰' (아래 오른쪽), 삼성 '갤럭시 포켓'












#1. 회사원 이승석(45)씨는 최근 중학생 아들에게 사줄 스마트폰을 고르다가 10만원대 저가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휴대폰 매장 직원은 24개월 약정을 선택하면 30만원에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다고 권했지만 저가 스마트폰을 만져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 이씨는 “약정 계약을 맺지 않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없어 좋고 기능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대학생 최준환(24)씨는 지난 겨울방학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스마트폰을 하나 더 구입했다. 여행기간이 두 달 가까이나 돼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임대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현지에서 유심카드만 구입하면 바로 쓸 수 있고 중간에 도난이나 분실을 당해도 크게 부담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능을 앞세운 최신 스마트폰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저가 스마트폰이 국내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고가 제품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약정 계약을 맺지 않아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리버가 이달 초 출시한 스마트폰 ‘울라라’는 하루 평균 50대가 팔리며 약진하고 있다. 출시 후 별다른 마케팅 없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울라라의 판매가격은 국내 출시된 스마트폰 중 가장 낮은 14만8,000원이지만 3.5인치 액정화면에 3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고 FM라디오 등의 편의기능도 갖췄다. 아이리버는 지난 2011년 9월 ‘바닐라’를 출시하고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이번에 저가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 휴대폰 업체 ZTE는 지난해 말 ‘제트폰’을 23만9,000원에 출시하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4인치 액정화면과 1기가헤르츠(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해 성능에서도 기존 스마트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에도 실속파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벌써 초기 물량 3,000대가 팔렸다.

저가 스마트폰이 인기를 모으자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해외에만 판매하는 제품을 수입해오는 업체도 등장했다. 익스펜시스코리아는 최근 해외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포켓’과 LG전자의 ‘옵티머스 L3’를 국내에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이들 제품은 가격이 10만원대 초반에 불과해 졸업과 입학철을 맞아 학생들의 선물용으로 인기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선불이동통신 전문업체 프리피아는 작년 말 3세대(3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일반휴대폰 ‘세컨드’를 8만4,900원에 출시했다. 기존에 휴대폰을 쓰던 사용하던 고객은 유심카드를 꽂으면 바로 이용이 가능하고 2개의 유심 단자를 채택에 해외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 제품은 전국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통해 판매되면서 ‘편의점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다 필요한 기능만 갖춰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과 어학연수를 떠나는 대학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저가 스마트폰시장은 지난해 정부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만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자급제(블랙리스트제)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에 맞춰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자급제용으로 ‘갤럭시 M스타일(삼성전자)’, ‘옵티머스 L7(LG전자)’ 등을 선보였지만 판매가격이 40만원대 전후인 탓에 기대만큼 판매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보조금 경쟁을 벌이면서 출고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최신 스마트폰의 실제 구입가격이 오히려 더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업체들이 20만원 전후의 제품을 앞다퉈 도입하고 최근 SK텔레콤과 KT가 중간에 약정계약을 해지하면 지원받은 요금을 반환하도록 위약금제도를 변경하자 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노인층과 학생들의 스마트폰 구입이 늘면서 저가 스마트폰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약정기간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든지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과 분실하더라도 크게 부담이 없다는 점이 저가 스마트폰의 인기 요인”이라며 “국내 대기업들은 최신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저가 스마트폰시장은 중소기업과 외국업체가 경쟁을 벌이면서 스마트폰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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