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용보증기관들이 보증을 잘못해줘 국민 세금인 재정부담을 확대시키는 한편 한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는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어 앞으로 보증 규모를 축소하고 보증심사기준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의 입장에서 이 같은 논리는 심히 우려되는 내용으로 신용보증기관은 매우 중요한 기관임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이 지금 어떠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가의 눈에서 보면 아직도 금융선진화는 요원하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담보 없이 자금을 융통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자금 취약한 中企에 엔젤 역할
다행히 신용보증기관이 금융시스템의 미비점을 보완해줌으로써 그나마 중소기업의 자금융통에 돌파구가 돼왔다.
우리 회사는 46년여 짧지 않은 역사의 나름대로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단 한차례 연체도 없이 한 금융기관만 거래해 신용을 쌓아왔다. 그러나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그간 쌓은 신용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전혀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신용보증기금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이런 사정은 비단 우리 회사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에는 아마 당시 신용보증기관이 마치 ‘천사(엔젤)’와도 같은 존재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우리 회사는 필요할 때마다 신용보증기관을 긴요하게 이용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중소기업을 경영위기에서 구하면서 ‘엔젤’ 역할을 수행한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규모가 크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부실 규모도 증가했음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보증지원이 부실기업의 수명을 연장해 정상기업까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신용보증기관이 한 역할은 망각한 채 현재의 상황만을 가지고 부작용만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가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접근해 보증 축소를 주장하거나 지원기준을 강화한다면 대기업에 비해 모든 면에서 취약한 중소기업이 기댈 곳은 과연 어디 있겠는가.
요즘 신용보증기관들은 예전에 비해 보증서 발급처리 기간을 단축하고 서류도 간편화하는 등 모든 부분에서 서비스를 크게 개선했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보증료 수준에 대한 것이다. 신용보증기관이 수지를 맞추려면 보증료를 높여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신용이 불확실한 신규이용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보증료율을 적용하더라도 장기간 연체 없이 거래한 우량기업에는 보증료를 할인해주는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어음보험제도의 확대다. 우리 회사는 약 3,000여개의 거래처가 있다. 그 거래처는 우리 회사보다 훨씬 더 영세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기업과 거래할 때 받은 어음에 대해 보험을 들 수 있는 어음보험제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신용보증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면 어음보험이 그 역할을 대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신용평가시스템이 단일화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마다 여러번 서류를 내야 하는 수고를 덜 것이다. 물론 이는 신용보증기관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협의해 해결할 문제다.
'상대적 약자 보호' 취지 어긋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보증제도는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의 부실은 불가피하다. 신용보증기관의 부실 규모는 그동안 금융기관 및 대기업에 투입한 공적자금에 비하면 결코 크다고 할 수는 없다. 신용보증기관의 부실 확대의 배경에는 한때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사양산업으로 쓰러져간 수많은 중소제조업체의 애환이 서려 있다.
중소기업의 동반자 역할을 해온 신용보증기관의 역할과 성과를 무시한 채 단순히 경제논리만으로 보증 규모를 축소하라는 주장은 상대적 약자를 보호해 동반성장하자는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목적에 결코 부합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