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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8ㆍ28 전월세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셋값 오름세가 꺾이지 않자 야당을 중심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오른 지역을 주택임대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보증금이나 월세 최고가격을 고시, 이를 넘기면 집주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제도도입 찬성 측은 고삐 풀린 전셋값을 인위적으로라도 잡아 서민주거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 측은 집주인이 미리 전월세 값을 올릴 경우 오히려 단기간 가격을 폭등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 찬성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특단조치 취해야 미친 전셋값 잡혀
월세화 가속으로 제어장치 꼭 필요
정부가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위해 발표한 4ㆍ1대책과 8ㆍ28대책은 전월세 안정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세가격은 62주간 지속적으로 올라서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정책수단 선택이 잘못됐다는 점이 분명해지게 됐다. 이제 전세가격 안정을 위해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너무나 많다. 공공임대주택공급 확대가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너무 많은 비용이 들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주거급여나 주택바우처와 같이 월세를 보조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수단 중의 하나다. 그러나 역시 정부 재정이 많이 투입돼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를 규제하는 것은 직접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직접적인 정책수단이다. 임대료를 규제하는 방법에는 임대료의 절대액을 규제하는 방법, 인상률을 규제하는 방법, 주변시세 수준에 맞추는 방법이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그 중 임대료 인상률을 규제하는 방법에 해당한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인의 자유로운 임대료 설정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최선의 정책수단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수단이기도 하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시장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있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제도도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 도입돼 있고 다른 정책 속에 포함돼 있는 제도다.
전월세 상한제 시행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월세 상한제가 임대인의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규제함으로써 위헌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전월세 상한제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도입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월세 상한제는 이미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돼 있으며 더구나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도 임대료 상한제가 도입돼 있다. 또 전월세 상한제가 임대료의 절대액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인상률을 규제하는 것이지 절대액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인 규제는 시장이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지 못할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 현재의 전월세 상황은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더 이상 전월세 상승이 지속되도록 방치할 수 없으며 더욱이 다른 수단이 효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월세화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전세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상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월세화를 대비해 적정한 장치를 마련해두지 않으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전월세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이 장기계약과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경우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세입자 주거안정을 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는 이미 준공공임대주택이나 서울시의 장기안심주택제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현재 세입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전세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급격한 월세화로 인한 전세주택의 부족, 단기임대차계약에 따른 주거불안정 문제다. 따라서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세가격의 안정과 장기계약을 통한 예측가능성이다.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주택매매시장 활성화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이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목표 달성을 위한 근본적인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전월세 상한제도 그 중 하나다.
● 반대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인위적 규제 땐 단기폭등 부작용
공급 확대-수요 억제 정공법 써야
몸이 아파 고생하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그런데 환자에 대한 의사의 처방이 다르다. 어떤 의사는 지금 진통제를 처방해 그 증상만 치유하면 된다고 하고 다른 의사는 증상의 원인을 밝혀낸 뒤 치유해야 한다고 한다.
최근 전세가 급등이라는 증상으로 인해 온 국민이 지독한 몸살을 겪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그 처방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가격 급등이라는 증상만 다루면 치유될 것이라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증상보다는 원인에 대한 치유를 주장하고 있다.
다행히 그 와중에도 전세가 급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제도 존속의 필수 조건인데 그 조건이 흔들림에 따라 전세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국민들이 주택구매를 미루고 전세로 돌아섬에 따라 전세수요가 급격히 늘어 가격이 더욱 올랐다는 것이다.
증상의 원인에 대해서 대부분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그 처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증상 완화를 위해 진통제를 투여하자는 것이 최근 힘을 얻고 있는 가격 상한제로 여겨진다. 즉 원인에 대한 숙고와 치유보다는 증상에 대한 직접적 처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게 보인다.
가격 규제론자들은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에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으니 우리도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특수상황을 겪은 이들 국가는 강력한 임대료 규제제도를 사용했다가 공급축소와 품질저하로 오히려 서민들이 더 큰 고통을 겪었다. 지금도 유사한 제도는 남아 있으나 과거와 달리 대폭 변형된 형태로 존속되고 있으며 거기다 임대사업자들에게 다양한 지원과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일반인이 알고 있는 단순한 가격 통제제도가 아닌 것이다.
한때 최악의 범죄소굴이었던 뉴욕 할렘가도 2차 대전 후 임대료 상한제와 강력한 임차인 보호제도에 기인하는 바가 컸으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임대료 상한제와 같은 제도는 도시를 점진적으로 파괴하는 효과적 수단이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 찬성론자들 대부분이 집값이 떨어지면 서민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집값이 떨어지니 전세가가 더욱 폭등하는 이상한 시장 상황을 겪고 있다. 게다가 폭등하는 전세가와는 별도로 월세는 지역에 따라 하락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일률적 규제로 제어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정도도 예측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공법으로 증상에 대응해야 한다. 즉 지금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한 숙고와 그 원인에 대한 치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겪고 있는 증상은 전세가 폭등으로 인한 서민 생활고 증가다. 그 원인은 전세물량 공급축소와 수요폭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당연히 공급확대와 수요억제가 돼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도 추천하는 처방이다. 이외의 다른 꼼수들은 반드시 부정적 효과를 수반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역사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미친 전세가'라는 용어가 회자될 정도로 지금 서민이 겪는 고통은 크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모르핀과 같은 진통제에 대한 유혹도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나 모르핀이 그러하듯 대증요법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진통제에 만성이 되면 사회는 더욱 만신창이가 됨을 인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