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무산된 찬스

제7보(101~112)


원성진은 며칠 전, 그러니까 2006년 5월 24일에 허영호5단에게 패하여 BC카드배 신인왕의 등극에 실패했다. 원래 예상평은 원성진이 무난히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그는 3번기에서 1승도 건지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 버렸다. 그 바둑이 끝난 후에 서봉수 9단이 한 얘기가 있었다. “성진이가 이렇게 힘을 못 쓰게 된 원인은 자신감이 없어졌기 때문이야. 결정적으로 그렇게 만든 사람이 중국의 구리라고 나는 생각해.” 결정적인 판을 패하고 나면 누구든지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데 다시 힘을 얻고 일어서려면 어떤 유쾌한 계기가 필요하다. 원성진은 그것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하변 절충에서 승부의 저울추가 출렁거렸다. 탄탄하게 마무리하던 구리에게서 실착이 등장한 것. 원성진에게 모처럼 역전의 찬스가 찾아왔는데 초읽기에 몰린 그는 그 찬스를 무산시키고 만다. 백2가 실착이었다. 참고도1의 1 이하 9로 마무리했으면 무난한 백승이었다. 흑11이 패착. 참고도2의 흑1로 들어갔으면 흑승이었다. 백2로 공격해도 흑3으로 탈출하면 안전했다. 원성진은 그냥 던지지 않고 백대마를 맹렬히 공격해 보았으나 애초부터 그 백대마는 잡힐 돌이 아니었다. 구리는 조한승, 송태곤에 이어 원성진까지도 격파하여 한국기사 킬러로 떠올랐다. 112수 이하 줄임. 백불계승.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