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국정운영 뒷얘기 토로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낮 28개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정부출범 이후 100일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어려움과 뒷얘기를 솔직히 털어놓고 지원을 호소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는 대통령이 경제현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충고에 따라 경제에 대한 철학과 대응책을 설명했다. ◇경기부양은 신중하게=노 대통령은 경기부양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들의 투자마인드를 되살리고 외국인투자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투자분위기가 중요한 만큼 경제기반을 약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를 과감히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 “실효성 없는 규제를 과감히 풀되 지방화와 행정수도 발전 등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투자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법인세 인하와 같은 조건을 달고 있다는 의견을 내보여 세금인하를 시사했다. ◇전력민영화 재검토=노 대통령은 또 “우리는 오랫동안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대통령이 국가적 과제만 쥐고 나머지는 각 부처에 맡기겠다”며 “그런데도 각 부처가 달라진 문화를 아직 확실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더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개별적인 일은 각 부처 장관에 맡기되 범 정부적인 사안은 관계장관회의에서 조정하는 등 장관회의를 시스템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기업 민영화 방안에 대해서는 “네트워크 산업 민영화의 경우 민영화한다고 반드시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따라서 민영화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봐 주십시오=노 대통령은 최근 논란중인 `주변의혹`과 관련, “빚 다 갚았는데.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안 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나도 인간이지 않느냐. 그것(신문보도)을 보고 늠름하다면 가슴에 철판을 깐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보증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정몽준씨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 마지막에 승부수를 던져 야합을 했지만”이라고 농담을 한데 이어 참석자들에게 “봐 주십시오. 더 못 견디겠습니다”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어 “요즘 형님인 건평씨 문제 등에 관한 신문 보도를 보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부끄럽게 느껴진다”며 난감한 심정을 내보였다. ◇언론에 협조 당부=노 대통령은 “우리는 대통령의 말이면 크게 보도되고 총리의 말씀은 안 보이는 그런 환경적 요인들 속에서 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참모들도 `왜 나서느냐. 대통령이 언론환경에 맞춰 말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언론도 진의를 파악해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자신의 진의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사례로 지난 28일 노사협력 유공자와의 오찬 발언에 대해 “역설과 반전을 통해 분위기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합의의 정당성을 좀더 재미있게 받아들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은 취임 100일을 맞은 노 대통령이 그간의 성과와 향후 국정방향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향후 대언론관계에 비추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 방미에 앞서 언론사 외교안보통일분야 논설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바 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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