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연희(오른쪽) 감독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중 골프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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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한테는 부담 갖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사실 감독의 부담은 컸지요.”
한연희(50ㆍ사진) 골프 대표팀 감독의 목소리에서는 아직 긴장감이 묻어났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로 남녀 개인ㆍ단체 등 4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던 한국 골프는 4년 뒤 광저우 대회에서 완벽한 재연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2회 연속 전관왕 위업의 순간에는 늘 그가 있었다.
8년째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그의 리더십에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그는 선수 개개인에게 확실한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게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골프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확실히 가져야 골프가 즐겁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앞으로 프로골퍼가 되고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 무대를 제패하는 큰 목표를 잡으라고 강조한다는 것. 그는 “큰 목표를 설정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단기적인 목표, 또는 하나의 과정이 될 뿐이다. 선수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임했기 때문에 병역 문제나 4관왕 2연패가 걸린 부담감 하에서도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율을 중시하는 것도 목표의식과 떼어놓을 수 없다. “개인 종목인 골프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그는 “목표의식이 뚜렷하면 강요하지 않아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연습도 즐기면서 하더라”고 전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자신만의 이론을 주입하려 하지 않는다. 선수마다 체격과 체형이 다르고 스윙코치도 각자 다른 만큼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개개인의 장점을 더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둔다.
자만심과 자신감의 미묘한 차이를 잘 파악하고 제어하는 것도 그의 능력이다. 그는 최초의 경기인 출신 국가대표 감독이다. 최광수 등과 198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테스트 합격 동기다. 이번 대회 전까지 한 감독은 선수들의 실력을 간파하고 있었지만 늘 “아직 부족하다”며 칭찬을 아꼈다. 반면 대회가 시작되자 “너희들이 최고”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4년 전보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10월 대표팀을 한국오픈 대신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마스터스에 출전시킨 것도 그의 전략이었다.
그는 또 선수와 함께 하는 실천파다. 대표팀 합숙과 국내외 대회 출전으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에는 연간 200일 이상을 동고동락하는 그는 “좋은 재목을 만난 게 행운”이라며 3회 연속 4관왕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