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9 금융시장 안정대책 글로벌 신용경색 등 여전…금융시장 정상화 낙관 일러 국내은행 신용공여한도 이미 줄여 "때늦은 대책" 지적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도 지급보증…효율성 의문" 주장도
입력 2008.10.19 18:00:10수정
2008.10.19 18:00:10
정부가 19일 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은행권에 대해 300억달러의 외화유동성 추가 공급 등의 대책을 내놓기로 함에 따라 시중의 달러 기근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ㆍ달러 환율도 어느 정도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이 남아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 경색과 ‘R(recessionㆍ경기침체)의 공포’로 시장이 하얗게 질려 있어 낙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시중 달러 부족에 숨통 기대=이번 달러 유동성 공급 대책으로 은행들의 외화 차입난이 어느 정도 해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정부는 은행이 달러 빚을 갖지 못하면 대신 갚아주기로 약속했다. 국내 은행들로서는 해외 차입이 더 쉬워지고 은행 신용도가 높아지면서 차입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이 은행 간 거래자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은 사각지대로 몰린 상태다. 김승환 하나은행 자금기획부 부장은 “일단 다른 나라에서 자금을 대규모로 회수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30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동성을 은행권에 추가 공급하기로 한 것도 달러 해갈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200억달러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것으로 150억달러는 경쟁입찰, 나머지 50억달러는 무역금융 지원이다. 지난주 수출입은행을 통해 공급했던 50억달러가 무역환어음 재할인과 수출 중소기업 지원용이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대책이 실물경제(기업)보다는 금융권(은행)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가 외화자금 시장과 외환시장에 달러를 동시에 추가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은은 이번 대책을 통해 스와프 시장에서 100억달러를 경쟁입찰로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외화자금시장은 국내 은행이 외국은행에서 외화를 차입하는 시장으로 만기는 주로 1년 이하이며 외환시장은 외국환 은행들이 달러를 사거나 파는 시장이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최근 환율 급등락 장세가 심해 하루아침에 진정되지는 않겠지만 진폭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 완전 정상화는 어려워=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이 완전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시장이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실물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도 “현재 외화차입 문제는 국제금융시장의 경색 때문으로 정부가 보증해준다고 해서 쉽게 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보증하면 차입 여건이 좋아지겠지만 100% 해소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다소 늦은 감이 있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외국 금융사들은 국내 은행의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 라인)를 크게 줄이고 있는데다 정부의 지원책도 때를 놓쳤다는 게 금융계의 반응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일부 시중은행의 신용공여한도를 없앴다. 웰스파고에 인수된 와코비아도 최근 국내 은행들과 유지해오던 10억달러 수준의 신용공여한도를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HSBCㆍ도이체방크 등 일부 외국 금융사들도 국내 금융사들의 신용공여한도 축소에 나섬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외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공여한도는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로 한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으로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국내 은행들이 외국 금융사들과 맺고 있던 신용공여한도는 총 2,000억~3,000억달러였지만 지금은 1,2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정부의 외화 유동성 해결책은 ‘실기’했다는 지적이다. 지원책 자체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작 외화 유동성이 부족한 시중은행 외에 SC제일은행ㆍ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도 지급 보증을 해줄 예정”이라며 “외화 유동성 문제는 과거 국내 시중은행들이 외화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만기가 몰리면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매를 통해 달러를 나눠준다고 해도 외국계 은행들이 경매에 나설 경우 시중은행들은 달러를 못 받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