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거래 끊기고 주가 이틀째 폭락/수출차질·물가불안 예고동남아 외환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파급됨에 따라 우리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주가가 연이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고 채권시장은 거래가 끊기면서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금융기관들은 부실여신이 급증한데 이어 동남아 투자손실과 환차손까지 겹쳐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관련기사 2·3면>
또 동남아지역에 대한 수출차질과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불안도 예상되고 있어 자칫하면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은 한치앞을 예측키 어려운 이전투구로 극도의 혼란상을 연출,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기아사태가 장기화돼 이미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어서 방어능력이 취약해진데다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이 때문에 멕시코사태가 우리에게도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 권고수준에 60억달러나 모자라는 3백4억달러밖에 안돼 환율 방어능력이 취약하고 증시대책도 포철·한전 등의 자사주 매입 외에 마땅한 수단이 없는 형편이다. 이번주부터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되는 일본과 독일계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외국인매도세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큰 기대는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시장관계자들은 『홍콩 증시를 비롯한 세계증시의 동반폭락 현상이 엄습, 기아사태 처리로 모처럼 기지개를 켜려던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외국인투자가들의 아시아권 이탈 움직임이 계속되고 달러매입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는 외자유입과 증시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달러매입을 억제하고 소액투자자들은 투매를 자제하는 등 각 경제주체들의 공동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국내 금융기관들은 올들어서만 부실채권이 25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에서 동남아 투자자산 부실 및 환차손까지 겹쳐 빈사상태에 몰리고 있다. 국내 은행 및 종금사들의 동남아 유가증권 투자액은 79억3천만달러, 대출액은 75억6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국가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경제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그동안 호조를 보이던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동남아국가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늘어난 1백43억달러에 달했으며 무역수지면에서도 지난해보다 9억9천만달러가 늘어난 50억1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아시아권의 통화위기가 국내에 파급되는 데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금융기관 및 업계가 시장안정을 위해 적극 협조하고 개인투자자들도 투매를 자제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잇단 부도와 기아사태의 장기화로 우리 경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아처리방식이 확정되고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는 등 개선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에 동남아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김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