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데이비드 셰프 지음, 이레미디어 펴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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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며칠 전 지식경제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닌텐도 게임기를 우리 초등학생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닌텐도가 과연 어떤 기업이길래 우리 기업의 위기극복 대안으로 등장한 걸까?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는 가운데 이 회사를 해부한 책이 출판됐다.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친 지난해 닌텐도는 사상 최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고작 5,000여 명의 직원으로 무려 1조 6,724억 엔(약 25조 원)의 매출이 난 것. 영업이익만 8조 원이 넘었다. 유럽, 미국 등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세계에 걸쳐 인기를 끈 게임기 '닌텐도 DS'와 '닌텐도 위(Wii)'가 대박이 난 덕분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년간 닌텐도 중역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으며 성공 비결을 파헤쳤다. 저자가 말하는 닌텐도의 첫 번재 성공 요인은 리더십. 닌텐도는 장인(匠人) 야마우치 후사지로가 1889년 화투를 만드는 회사 '닌텐도 파이'를 세운 게 시초다. 이름이 '하늘의 뜻에 맡겨라'라는 뜻의 닌텐도(任天堂)가 된 것도 이 때문. 화투, 카드 등을 만들던 조그만 회사 '닌텐도'는 야마우치의 손자인 히로시가 회사를 물려 받으며 완전히 달라진다. 히로시는 친척을 모두 해임하고 창업 공신격인 중역들도 내보낸다. 자신의 권위에 맞설 세력이 사라지자 히로시는 요코이 군페이, 우에무라 마사유키 같은 인재들을 영입해 레이저총 등 각종 장난감을 팔며 완구 시장을 이끌어 나갔다.
이 같은 히로시 회장의 닌텐도는 자유와 스피드가 특징이다. 연구원들은 자유롭게 장난감을 개발하고 상품화는 히로시 회장이 결정했다. 특히 중대한 선택을 할 때면 그의 안목이 늘 힘을 발휘했다. 닌텐도가 완구제조에서 게임제작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도 히로시 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개발된 단순한 TV게임기의 시장성을 내다봤다. '벽돌 깨기' 같은 베스트셀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팔았고, 나중에는 컴퓨터에 불필요한 입력장치를 제거한 게임용 컴퓨터 '패미컴'을 만들어 대박을 냈다.
닌텐도의 해외 성공에는 치열한 마케팅 전략도 숨어 있다. 닌텐도는 게임산업이 사양화 단계에 접어든 1980년대 미국에 진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집요한 판매 전략으로 결국 자리를 잡았다. 소매상들에게 제품을 무료로 공급하고 대금 결제도 미뤄주는 방식으로 판매점포를 늘리더니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된다.
닌텐도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 거리도 많다. 히로시 회장은 닌텐도 게임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늘 닌텐도가 출시할 게임을 결정하는 유일한 배심원은 그였다. 저자는 "히로시 회장은 게임을 해 보지도 않고 어떤 게 뜰 지 정확하게 예측할 정도로 뛰어난 직관력의 소유자였다"고 설명한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책이 출간된 지 꽤 됐다는 점이다. 원서는 1993년에 나왔다. 이 때문에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에 밀려 창사 최대의 위기에 내몰렸던 1990년대 중반 닌텐도의 생존 전략은 빠져있다. 국내 번역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별도의 장을 만들어 짧게 정리하긴 했으나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