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으로 나타난 작업실 풍경

작업실은 예술가의 생활공간이자 작품을 생산해내는 창작의 산실이다. 작업실을 중심으로 일상생활과 예술행위를 이어나가는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을 돌아보고, 건축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전시가 열린다. 사비나미술관에서 7일부터 열리는 `사비나미술관 겨울기획전:작업실 보고서(Atelier Report)`전이 그것. 참여작가는 김기현, 김윤현, 노순석, 박불똥, 오철헌, 정보영, 한은주 등 20명이다. 이 전시에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 사진가, 영상설치작가 등 작업실을 소재나 주제로 한 회화 및 사진, 영상, 설치 작품들이 출품됐다. 작업공간과 연관한 예술가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작품들을 통해 작품(생산)의 배경과 작가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우선 입구에는 현재 공간그룹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림씨 설치작업 `Womb Space(자궁공간)`이 있다. 질감이 둔탁한 누런 골판지로 벽을 이룬 1평정도의 공간 속에는 공기가 가득한 대형 비닐튜브가 안을 꽉차지한다. 입구쪽에는 `비닐을 비집고 들어가 앉아 보세요`안내문이 있다. 비닐 특유의 끈적거리는 재질감에 폐쇄적인 공간에서 오는 묘한 느낌은 설명이 어렵다. 그 옆으로는 지난해 여름 청주에서 점거 아틀리에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던 김기현의 설치작품 `대안 아틀리에“무단 점거”`가 있다.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화사했다-접했다-동의했다-설득과 협박-나를 외부에서 보기`로 나눠 점거 프로젝트의 단계를 은유적으로 담았다. 전시실 한 가운데는 야영장에서나 볼 수 있는 텐트가 있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활동 후 최근 귀국한 김윤환씨의 작업실을 옮겨왔다. 요즘 유행하는 휴대형 아틀리에(Personal Mobile Atelief 이하 PMA)를 상징한다. PMA는 휴대성, 유연성, 자율성을 기본 개념으로 하여 건축되었다. PMA는 거리와 공원, 도심과 농춘뿐 아니라 카페, 전시장, 공공건물 등의 실내장소에도 머물면서 전시와 창작을 병행하며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하 전시실에 붙여져 있는 박불똥씨의 작품이다. 그는 그는 20여년의 작가생활 기간에 작업실을 짓고 옮기고, 다시 짓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경험해온 작업실과 작가, 그리고 작업의 관계에 대한 소회를 각종 서류와 원고를 벽에 붙여 보여줌으로써 설명한다. 이밖에도 유근택씨의 `어쩔 수 없는 난제들`, 드라마고의 `벽을 눕혀 살아가는 길에서`, 백기영의 `구석`, 배윤호의 `흐르는 몸`등 젊은 작가들이 생각하는 작업실에 대한 다각도의 담론을 그려내고 있다. 이 전시를 즐겁게 느끼려면 갤러리 관계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같다. 그냥 사전 지식없이 보게 되면 골판지가 있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소도시의 풍광을 그대로 찍어낸 사진이 있는가하면 부동산매매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서류들이 붙여져있고 설치된 비디오로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인터뷰가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들이 낯설기만 하기 때문이다. 작가 의도와 문화적 배경을 조금이나마 알게되면 전시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한편 때로는 오후4시 작가 한 두명씩과의 대화시간도 갖는다. (02)736-4371 <임동석기자 freud@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