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지, 골든볼·득점왕·우승컵 '3관왕'

FIFA주관대회 한국선수 첫 득점왕ㆍ골든볼 등 트리플크라운

여고생 여민지(17ㆍ함안대산고)는 그라운드 한가운데 마련된 시상식장 가장 높은 곳에 세 차례나 올랐다. 26일(이하 한국시간)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우승컵과 골든볼(최우수선수상), 골든부트(득점왕)를 한번씩 품에 안은 그는 환하게 웃었다.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축구 신동은 해맑은 얼굴이었지만 이번 대회 내내 부상의 고통에 시달렸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여민지는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10골)에 오르며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일찌감치 손꼽혀 왔다. 하지만 중학생 시절부터 좋지 않았던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지난 7월 또다시 다치며 위기를 겪었다. 전지훈련과 평가전에 나서지 못하며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던 그는 특유의 집중력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이겨내며 당당히 그라운드에 섰다. 김은정 함안대산고 여자축구팀 감독은 “민지의 무릎 십자인대 5분의1이 끊어졌었다. 재활훈련이 9월말까지로 예상돼 이번 대회 출전도 의문이었다. 민지가 회복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좋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에 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민지는 대회에 나서자 무릎 부상을 겪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라운드를 헤집고 다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1차전에 교체 출전해 1골1도움으로 맹활약하더니 멕시코와 2차전부터는 선발로 나와 2골이나 뽑아냈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는 4골을 몰아치며 ‘한국선수 FIFA대회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스페인과 준결승에서도 동점골을 넣고 역전 결승골까지 돕는 활약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8골3도움을 기록한 그는 언니, 오빠들의 대기록을 넘어서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홍명보가 수상한 브론즈볼, 지난 8월 U-20 여자월드컵에서 지소연이 가져온 실버볼을 능가하는 사상 최고의 트로피를 품에 안은 그는 “세계에 ‘여민지’가 누구인지 보여주겠다”던 장담을 두 발로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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