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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4일] 민심을 이반한 죄와 벌
임세원 기자(정치부) why@sed.co.kr
지고 나서 생각하니 모든 게 패인(敗因)이었다. 6ㆍ2 지방선거 결과가 나온 지난 2일 오후부터 원인을 찾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얼굴은 벌겠고 눈빛은 흔들렸다. 자신의 지역구 시장 후보 공천을 놓고 중앙당과 갈등을 겪었던 한 의원은 "선거는 공천이 60%, 아니 90%인데 위에서 무조건 갖다 꽂으면 되겠나"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투표 전부터 여당이 압승이라고 말하고 다닌 게 문제"라고 혀를 찼다. 선거 막바지 몇몇 여당 의원의 실언을 놓고 "그 사람은 입만 열면 실수"라고 꼬집는 사람도 있었다. 천안함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정부와 청와대가 너무 나갔다"는 게 의원들의 총평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의 승리 앞에서는 "노풍(盧風)의 위력을 간과했다"는 말도 나왔다.
안타까운 일은 지금도 패인을 잘못 짚고 있다는 점이다. 당은 정치공학의 틀에서 이번 선거를 보려 했다. 하지만 기자가 유세 기간 돌아다니며 시민에게 물었을 때 노풍이나 북풍 등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었다. 시민들은 주로 한나라당 출신인 현직 단체장의 실패한 정책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하며 "잘살게 해준다고 해서 한나라당을 찍었더니 별것이 없다"고 따졌다. 강원ㆍ충남ㆍ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노풍이 승리했다지만 그렇다면 왜 다른 6명의 친노 인사는 패했나. 당선한 3명의 친노 인사 가운데 강원은 국회의원 시절 지역 현안 해결, 충남은 세종시 추진, 경남은 군수 시절부터 다진 경험 등이 비결로 꼽힌다. 당사자 중 한사람도 "지역에서는 친노라는 게 별로 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동안 선거의 승패를 가름한 것은 좌우 유권자 어느 쪽도 아닌 '가운데' 30%였다. 이들이 지난번 한나라당을 택한 까닭은 전 정권을 견제하고 새로운 세력의 제안에 찬성한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당이 참패한 그날 일본에서는 반세기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퇴진 소식이 날아왔다. 여기든 저기든 민심을 못 읽는 자는 언제고 탈락한다. 원인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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