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새 화두 '창조 경영'] <3> 창조에너지는 인재가 쥐고 있다

열정·직관력 갖춘 '천재적 인재' 키워라
아인슈타인·빌 게이츠등 '파괴적 발상'으로 미래창조
경계 넘나드는 '유목형 지식자산가' 유치에도 힘써야
실패에 대한 '면죄부'도 함께 줘야


박주만 옥션 사장

1575년 일본 전국시대. 당시 신흥세력으로 떠오른 오다 노부나가의 조총군대와 당대 최강 세력인 다케다 신겐의 기마군단이 나가시노평원에서 천하 통일을 다투는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결과는 조총을 주력무기로 삼은 오다 노부나가의 완승. 이 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기반을 닦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결과지만 당시에는 조총이란 한번 쏘고 나면 장전해서 또 다시 발사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주력무기로 사용하는 군대가 한 곳도 없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하지만 조총부대를 3열로 배치하고 한개 조가 사격하는 동안 나머지 두개 조는 장전을 하게해 교대로 사격하는 ‘3단총격술’을 창안해 조총의 위력을 살리면서도 전투속도를 배가시킨 천재적인 공격법으로 전국시대 통일의 기반을 닦았고,‘전쟁의 천재’라는 칭호도 얻었다. ◇그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질서와 에너지를 뽑아내는 능력. 돌이켜보면 역사적 의미를 갖춘 새 시대를 여는 것은 항상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며 파괴적인 발상을 펼쳐온 천재적인 인간의 몫이었다. 오페라가 이탈리아어로만 작곡되던 시대에 모국어인 독일어를 사용해 음과 언어의 새로운 조화를 선보인 모짜르트, 절대적이라 믿어왔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부정하고 상대성이론을 내놓아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아인슈타인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모두가 그러했다. 이들에게서 공통되게 찾을 수 있는 두드러진 덕목은 열정. 세계적인 디자이너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열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면 하늘이 아이디어를 내린다는 느낌이 든다”며 “열정에 집착이 더해지면 (특별한) 어떤 것이 나오게 된다”고 토로했다. 매주 72시간 이상씩 일해 ‘일벌레’로 소문난 빌게이츠 MS회장 역시 “매일 아침 눈 뜰 때 오늘 내가 할 일과 개발하게 될 기술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을 하면 더 없이 흥분되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밝힐 정도다. 시간이 흘러 결과가 드러나야 확인되는 것이지만 이들 천재의 또 다른 특징은 멀리, 넓게 그러나 정확하게 보는 직관력이다. 로버트 루츠 크라이슬러 전 회장은 재임 중 주요 경영진의 ‘합리적인’ 반대를 물리치고 대당 6,000만원짜리 ‘머슬카’의 생산 설비에 무려 1,0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집행했다. 이 투자는 결국 회사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주변에서 반대하던 반도체 산업에 진출해 현재의 삼성을 일궈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는 “미래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상상력과 창조성이 풍부한 인간”이라며 “특정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목하는 지식자산가를 잡아라= 지난해 1월 취임한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올해 주가를 65.3%를 끌어올려 LG그룹의 최고경영자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 차 사장은 ‘LG맨’이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P&G에 입사해 필리핀 등을 돌며 아시아 지역을 담당했다. 이후 한국P&G 대표와 해태제과식품 사장을 거쳐 LG생건 사장으로 부임했다. 세계의 국경과 기업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는 이런 류의 인간을 ‘호모노마드’(유목하는 인간)라 칭하고 미래는 이런 인류가 이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통신과 교통이 발전하면서 풍부한 지적자산을 가진 인간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역량을 발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들에게는 국적도, 애국심도, 기업에 대한 충성도도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지적자산을 재미있게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에 잠시 머물 뿐”이라고 설파했다. 쉽게 말해서 미래형 인재인‘호모노마드’를 잡기위해서는 모든 경계를 허물고 그들을 찾아 나서야 하며, 그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패에 무한 면죄부를 줘라= 인기드라마 ‘주몽’에는 강철검 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팔모’가 등장한다. 그는 강철검을 개발하면서 수차례의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부여의 금와왕과 주몽의 믿음 속에 개발에 매진, 결국 강철검을 완성시켰다. 모팔모의 강철검은 부여가 한나라의 공격을 막아내고,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위험이 따른다. 비단 기술개발 뿐만이 아니라, 마케팅, 인사, 재무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하더라도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조직을 떠날 것이다. 이기원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사장은 “새로운 인력을 뽑으면 최소 5~10년간 현장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보는 창조 경영] 박주만 옥션 사장
고객 신뢰·만족 위해 '기본'에 충실하는것
박주만(사진) 옥션 사장은 국내 오픈마켓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온 선도자다. 보스턴컨설팅의 컨설턴트 출신인 박 사장은 취임 이후 외형 보다 내실경영에 무게를 실으면서 옥션의 영업이익률을 2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1초의 경쟁'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그가 보는 창조경영은 무엇인가. ▲창조경영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경영이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려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선점효과 뿐만 아니라, 미래시장의 판도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 역시 갖추게 하기 때문에 장기간 시장을 점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경쟁환경이 치열해 질수록 마케팅 경쟁보다는 'Back to Basic(기본으로 돌아가기)'의 경영철학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와 만족을 얻어야만 기업의 영속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최근 옥션이 고객신뢰를 얻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외형 보다 내실경영을 통해 재투자를 늘리는 경영이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인물은 세종대왕이라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은 토지배분이나 군대의 재배치부터 한글창제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현재의 한국경제도 세종대왕의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한다. 현재 시장이 완성된 것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 없이 창조성을 발휘해야 우리 경제의 틀 자체가 건전하게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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