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추가인하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추가인하폭이 0.25%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여타 국가들의 소극적인 움직임을 종합 분석하면 마냥 들떠있을 상황은 아니다.
재정경제부는 일단 수출 증가, 외채이자부담 경감, 금융·외환시장 안정등 그동안 기대해온 효과들이 미국 금리의 추가인하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경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월17일로 예정된 정기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공개시장위원회 임시회의를 긴급 소집, 금리인하를 서둘러 결정한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얼마나 다급한 입장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하강 징후가 소비동향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말 발표될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금리인하가 시급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달 26일 1차 금리인하때와 마찬가지지만 파급효과가 현실화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외채이자가 크게 줄어든다= 지난 7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대외지불부담1,523억달러가 전부 금리변화에 따라 이자가 결정되는 채무라고 가정할 때 미국의 두차례 금리인하로 이자부담이 7억6,000만달러 줄어든다.
그러나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외화조달 비용이 떨어진다는 것. 지난달 1차 금리인하이후 우리나라의 외자조달 가산금리가 조금씩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추가인하로 당장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8월말 10.1%까지 치솟았던 가산금리는 지난 14일 현재 6.48%에 머물고있다.
◇수출은 좀 더 늘어난다= 미국금리의 추가인하는 곧바로 달러약세, 엔화강세로 이어진다. 미국의 금리가 떨어지면 달러화의 가치도 함께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5일 뉴욕시장의 엔·달러환율은 달러당 118엔으로 마감됐으나 16일 도쿄증시에서 115엔대로 급락했다. 엔·달러환율의 하락, 즉 엔화강세는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에 분명 청신호다.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금리인하는 미국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소비지출을 증가시킨다. 미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건 당연하다.
◇외자유입이 촉진돼 금융시장이 안정된다= 달러화 약세는 통화가치 폭락으로 외환위기를 경험한 신흥시장국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달러화가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 이 추세가 지속되면 달러가 다시 몰려들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더 안정될 전망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 종가보다 9원 낮은 1,325원으로 출발해 줄곧 급락세를 보였고 주가도 한때 380선을 돌파했다. 채권시장에서도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전날보다 더욱 하락한 9.2% 수준에 머물고있다.
◇너무 큰 기대를 가져선 안된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하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우선 금리인하폭이 작다. 지난달말과 15일 내린 금리는 모두 합쳐 0.5%포인트에 불과하다. 국제금융계는 앞으로도 미국이 금리를 1%포인트 정도 더 내려야 경기부양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또 유럽연합(EU)국가들이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춰 금리를 인하하는등 전세계적인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경우 효과는 반감된다. 달러화 약세가 다른 나라 통화의 강세로 이어진다면 미국 이외 국가들의 경기침체를 가속화, 우리나라의 수출증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달러화는 아직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등 신흥국가들보다 보다 안전한 EU나 일본등 선진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 금리인하의 효과를 과대평가, 들떠있을 상황은 여전히 아니라는 뜻이다. 신중한 접근과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