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잇따라 “독립선언”/휴먼·한메·솔빛 등 대기업 지분인수

◎몸집 키우기보다 기술집약 경영추구「다시 벤처기업으로」 한 때 대기업의 자본을 유입해 몸집을 불려가던 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있다.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던 기업들이 벤처기업 특유의 기술집약적인 경영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대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나선 것이다. 전자출판 전문업체인 휴먼컴퓨터의 이종만 사장은 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2의 창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사장은 『삼보그룹이 소유했던 전체지분의 46%를 최근 완전 인수,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며 『앞으로 스톡옵션제 등 직원 메리트제도를 도입해 발빠른 경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89년 2월에 창립된 휴먼컴퓨터는 「문방사우」 등 전자출판 솔루션으로 국내 글꼴(폰트) 및 전자출판 시장을 선도, 매년 40% 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전자출판(DTP) 전문업체다. 최근 대농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한메소프트(대표 이창원)도 대표적인 예. 지난 8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타자 연습프로그램인 「한메타자교사」와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한메한글」을 잇따라 개발, 기술력을 인정받은 소프트웨어 전문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농그룹 계열 미도파에 전체 주식의 84%인 69만8천주를 넘겼다.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대규모 소프트웨어 유통사업, 가상현실사업 등 돈이 많이 드는 일을 해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한메는 최근 대농그룹의 경영위기가 가중되자 지난달말 미도파로부터 다시 29만8천주(36.9%)를 재인수, 완전 독립했다. 미도파가 소유한 나머지 주식도 다른 소주주에게 매도될 예정이다. 이사장은 이와관련 『대농 계열이었을 때는 솔직히 매출 키우기에만 신경썼다』며 『지금부터는 벤처기업의 특성을 살려 미래에 대한 비전과 기술확보를 제1 경영원칙으로 삼자』고 사원들을 독려했다. 멀티미디어 교육 전문업체 솔빛(공동대표 문우춘 박현제)도 지난해말 대주주였던 J일보의 지분을 완전 인수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자본」 대신 「기술」을 택한 이들 업체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대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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