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넘어서면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달간 지수가 10% 넘게 급등하자 저평가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돼 투자매력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 CSFB증권 등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현 한국시장의 주가수준도 밸류에이션상으로 볼 때 매우 낮은 상태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메릴린치ㆍUBS증권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건재하다.
◇저평가 지속, 추가 상승 가능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증시 저평가’를 외친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글로벌 관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된 국가에 투자하는데 현재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가장 낮다는 설명이다.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해석도 국내 증권사나 기관투자가보다 긍정적인 편이다. 내수경기가 더 이상은 나빠지지 않을 것이며 바닥을 치고 점차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IT경기도 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해 조만간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기 메릴린치 리서치헤드는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의 경제상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전히 한국 증시는 저평가된 상태이므로 외국인 투자가들은 업종과 관계없이 꾸준히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UBS증권도 “세계경기 둔화는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으며 중국에 대한 우려도 약화되고 있다”면서 “한국 증시는 과거 카드채 사태나 9ㆍ11테러 같은 위기에서나 나타났던 수준으로 저평가 매력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가격메리트 없어, 투자매력 크지 않다=
CSFB 등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저평가 요인이 여전하고 최근의 주가상승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뚜렷했던 만큼 가격메리트로 인한 추가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세계경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며 수출 및 IT경기 반전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윤석 CSFB 전무는 “한국 증시가 저평가 상태이기는 하지만 저평가 요인이었던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면서 “세계경제가 둔화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도 최근의 주가상승을 ‘베어랠리’로 진단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형복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종목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지수 800선을 넘어서면서 저평가 국면은 해소됐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