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4월 23일] '잃어버린 20년'이 주는 교훈

생활산업부 박현욱차장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상황이 ‘잃어버린 20년’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회복 모멘텀을 잡기 어려운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한번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따끔한 충고에 일본인들이 느꼈을 불편한 심기는 짐작되고도 남지만 우리나라도 일본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속이 편하지 않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침체의 가장 큰 이유로 이른바 ‘고-스톱’식 경제정책의 실패를 꼽는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초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자 공공투자를 대폭 늘리는 확대재정정책을 실시했다. 이 덕분에 1990년대 중반 성장률이 조금 오르자 일본정부는 이를 경기회복으로 오판, 부양책을 중단하고 긴축정책으로 재빨리 전환했다. 이미 투입된 어마어마한 재정자금과 제로금리정책으로 손쓸 카드가 없었던 일본은 이후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침체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최근 국내사정을 보면 10여년 전 일본과 많이 닮았다. 실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일부 조금 나아진 경제지표를 보고 이제 바닥 아니냐며 호들갑을 떤다.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라고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경제현장은 딴판이다. 서민들이 자주 찾는 대형할인점의 지난 1ㆍ4분기 매출신장률은 1%대에 그쳤다. 할인점의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반값 세일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이나 같다”고 푸념했다.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더 쓰지 않겠다’는 소비심리를 엿볼 수 있는 수치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일본 등 선진국들이 소비진작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직접 손에 쥘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오마에 겐이치 일본 경제평론가는 불황을 벗어나려면 최악의 경우만 설정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벽’을 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 지금은 소비할 때라는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소비의 불씨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10년ㆍ20년의 세월이 회한으로만 가득찰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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