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불교계가 교류 사업을 위해 잇달아 접촉하고 있다.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종교 교류가 활기를 띠면서 다른 영역의 사회문화 교류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불교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는 이달 18∼19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 중앙위원회와 실무회담을 열어 합동법회 등 남북 종교교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북측과의 이번 접촉은 통일부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양측은 금강산 신계사 복원 6주년을 맞아 오는 10월 현지에서 남북 합동법회를 봉행하고, 서산대사가 입적한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서 오는 11월 다례제를 거행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양측은 남측에서 민추본 본부장 지홍 스님 등 5명이, 북측에서는 조불련 중앙위 리규룡 서기장 등 4명이 참석한 이번 회담에서 대북 수해 지원 등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민추본 관계자는 "매년 남북 교류를 위한 실무회담을 했지만, 올해는 남북관계가 나빠 상당 기간 하지 못하다가 최근 분위기가 좋아져 이번에 올해 첫 협의를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한불교 천태종도 지난 17∼18일 선양에서 조불련 대표단과 실무회담을 하고 오는 11월 개성 영통사 낙성 8주년 및 대각국사 의천 스님 912주기 열반 다례제를 합동으로 열기로 합의했다.
천태종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개성 지역의 영통사, 관음사, 안화사 3사 순례를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조불련 측은 통일부가 승인한다면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실무회담에는 남측에서는 보광 스님과 성공 스님이, 북측에서는 조불련 리규룡 서기장과 차금철 부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대한불교 진각종 역시 이달 21일 선양에서 조불련 관계자들을 만나 남북 종교교류 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원불교의 자선·구호 기구인 '은혜심기운동본부' 대표단은 이달 19∼20일 선양에서 북한 적십자회 관계자들을 만나 상호 교류 및 대북 지원 문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종교교류를 시작으로 사회, 문화 교류와 대북지원도 점차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정치성이 있는 행사는 자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종교, 체육, 문화, 예술 등 순수 사회문화 교류는 허용해왔다"며 "그 동안 종교 교류는 계속돼 왔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