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설립 4년차를 맞는 소방방재청이 조직과 인사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인원수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방직 공무원들이 청 설치 이후 누적된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소방방재청을 해체하고 소방분야만을 따로 떼어내 독립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4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까지 소방준감(부이사관) 인사를 마치고 이달초 전국 소방서장으로 근무할 38명의 소방정(서기관)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약 3만여명 규모인 소방직 공무원들은 2004년 6월 방재청 신설이후 소방업무의 독자성과 위상이 현격히 저하됐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우선 방재청의 중앙 조직이 다수인 소방직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들로 장악돼 있다는 점을 가장 불만스럽게 본다. 올 1월1일 현재 중앙의 핵심 요직인 4개의 본부장중 3개 자리는 일반직들로 구성돼 있고, 중앙에 근무하는 전체 인원 333명 가운데 소방직은 22.5%인 75명에 불과하다. 반면 지방 소방본부(16개)와 소방서(160개)는 90%이상이 소방직들로 짜여져 있다.
이 밖에 소방직들은 기존의 의용소방대(3,034개)가 있음에도 불구, 정부가 별도로 ‘자율방재단’ 창설을 추진하고 있고, 현 소방방재청의 약칭이 공식적으로 ‘소방청’이 아닌 ‘방재청’으로 불리고 있는 점도 불만스러워 한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원초적으로 지난 2004년 6월 행정자치부내 소방국, 민방위국, 방재국 등 3개 국이 방재청으로 분리돼 나오면서 인사, 조직, 예산업무를 맡는 중앙 조직은 대부분 일반직들이 맡고, 화재발생에 대한 대응 조직인 지방 조직은 소방직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방에 근무하는 한 소방직 공무원은 “소방 분야가 별도 국(局)으로 분리돼 있을 때는 인사, 조직, 예산에 관한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방재청으로 통합된 뒤로는 중앙 조직의 핵심 기능은 방재 공무원들이 독차지하고 소방직들은 머리없이 손발기능만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푸념했다. 이 공무원은 이어 “이럴 바에야 차라리 방재분야는 떼어내고 소방분야만 따로 분리해 ‘소방청’으로 독립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재청내 소방직 공무원들의 일부 불만은 세계적인 재난관리의 현실을 외면한 ‘직역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소방청 독립’ 주장은 현재로서는 세계적인 추세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방재청내 한 고위 공무원은 “현대적인 재난위기관리 시스템은 방재와 소방이 하나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소방 분야에서도 현장 대응업무를 뛰어 넘어 국가방재업무를 기획ㆍ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해당 공무원들이 모두 노력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