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신용시장 곳곳서 해빙 신호

4.8%까지 치솟았던 리보금리 1%대로 하락
올 회사채 발행규모도 전년동기비 34% 늘어
ECB 기준금리 인하 예상… 회복 촉매제 기대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후 경색됐던 신용시장이 해빙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은행연합회(BBA)는 5일(현지시간) 리보(3개월 달러 기준)가 0.98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03년 6월 기록한 1%보다 낮은 것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3개월물 기준 유로리보는 1.34%, 파운드리보는 1.43%를 기록하며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리보는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4.82%까지 치솟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12조달러에 달하는 금융권 구제금융과 유동성 공급으로 하락세로 반전했다. 리보는 하루 거래량이 360조달러에 달하는 국제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리보의 하락은 모기지 대출과 신용 대출, 회사채 금리 등 신용시장 전반이 완연한 해빙무드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된 회사채는 4,77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540억달러)보다 34.7%나 늘었다. 30년 모기지 대출금리는 10년 만기 국채보다 1.76%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최고점(3.07%)보다 1.3%나 낮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리보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의 신뢰가 다시 쌓이기 시작했으며 세계경제가 최악의 금융위기를 지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드라니 아일랜드은행 트레이더는 “시장에 신뢰가 되살아났으며 점차 일관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피여시 고얄 바클레이스캐피털 채권전략가는 “은행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1ㆍ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신용시장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면서 “이는 리보 하락에 영향을 미쳤고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JP모건체이스가 올 중반께 리보가 0.7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리보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JP모건은 FRB의 기준금리와 리보의 차이(스프레드)가 0.5%로 좁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는 각각 1.0%, 0.75%였다. 최근 5년간 FRB 기준금리와 리보의 스프레드가 0.22%였던 만큼 경기후퇴가 진정됐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리보의 추가하락 가능성은 높다. 토머스 헤르만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경기회복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대공황 같은 최악의 위험에서는 벗어났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을 위한 중앙은행들의 노력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 신용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에서 1%로 0.25%포인트 인하하며 사실상 마지막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FRB처럼 은행채를 매입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최근 “지금은 비정상적 상황이며 중앙은행과 정부들이 이례적인 조치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통화정책회의를 소집한 영란은행(BOE) 역시 금리를 유지한 채 최대 750억파운드에 달하는 은행채권 매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BOE의 기준금리는 0.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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