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7> 뼛속까지 현지화하는 삼성

연구개발서 제조·마케팅까지 爲中國… 휴대폰 지존 우뚝
2010년 PIT 발족… 현지 히트상품 개발… 모니터·TV 등도 최고브랜드에 선정
생산-판매 전과정 중국 인재 적극 중용… 매출 4년만에 2배로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휴대폰 액정에 들어가는 OLED 제품의 하자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中명문대 가보니… 삼성폰 돌풍에 '화들짝'
[한중수교 20년 중국과 함께 세계로] 뼛속까지 현지화하는 삼성

베이징=이병관 특파원 yhlee@sed.co.kr













광둥성 둥관시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에서 근로자들이 휴대폰 액정에 들어가는 OLED 제품의 하자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연구개발서 제조·마케팅까지 爲中國… 휴대폰 지존 우뚝
2010년 PIT 발족… 현지 히트상품 개발… 모니터·TV 등도 최고브랜드에 선정
생산-판매 전과정 중국 인재 적극 중용… 매출 4년만에 2배로

"삼성 스마트폰은 개방 체제인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쓰기가 편리합니다."(시안 서북공업대 기계제조학과 4학년 지앤쉬에나씨)

"휴대폰 통화 품질이 좋고 애플리케이션이 무료로 공개돼 갤럭시폰은 물론 갤럭시 패드도 같이 애용하고 있습니다."(시안 전자과기대 전자정보학과 장비시아오씨)

중국에서 우수 인재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 중서부 시안 대학가를 찾아가 '삼성'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나오는 대답들이다. 삼성 휴대폰 인지도가 중국에서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구두 설문을 했던 시안 대학생 10명 중 무려 5명이나 삼성 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05년 10.6%로 3위를 달리던 시장점유율은 2008년 18.7%로 훌쩍 뛰었고 올해는 22.3%로 만년 수위 노키아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앞선 제조 기술력과 활발한 마케팅으로 다양한 모델을 내놓으며 지난해만 1,200만대를 판매하며 애플을 넘어섰고 올해는 3,500위안 이상 고가 스마트폰을 월 100만대 이상 판매하며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힌다는 목표다.

휴대폰뿐만이 아니다. 삼성 모니터는 지난해만 500만대 판매를 초과하며 1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프린터 복합기, 3D TV 등에서도 수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산업을 관장하는 공업정보화신식부 산하 중국기업상표연구센터는 2월 발표한 2012년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C-BPI)에서 삼성의 휴대폰ㆍ모니터ㆍTV 등 3개 제품을 최고 브랜드로 선정하며 "삼성 휴대폰은 장기적인 시장 개척과 우수한 창의력으로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최강자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2007년 276억달러이던 중국삼성의 매출은 이후 꾸준히 급신장하면서 2009년 308억달러를 기록했고 2011년에는 510억달러를 달성하며 4년 만에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의 이 같은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연구개발(R&D) 단계부터 디자인ㆍ제조, 그리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현지화에 주력하고 끊임없는 혁신 과정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한발 앞서 파악해나간 것이 주효했다는 게 현지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먼저 베이징의 통신연구소를 비롯해 광저우ㆍ톈진ㆍ항저우ㆍ쑤저우ㆍ난징 등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2,000여명의 현지 연구인력들이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여기에 민첩하고 탄탄한 제조 공정 노하우가 뒷받침되면서 시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시안 반도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김흥식 전무는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39개 생산법인의 부총징리(부사장)들은 이미 대부분이 중국 현지인이 맡고 있다"며 "조만간 제조부문도 중국인이 총괄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 부문은 현지화 작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중국삼성의 신규사업 파트 최고 책임자를 중국인으로 바꾼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중국 삼성전자 마케팅 책임자를 존슨&존슨 출신의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했다.

중국삼성의 장원기 사장은 "중국은 이제 과거의 수출 전진기지가 아니라 세계 최대의 내수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같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중국에서 중국을 위하여(在中國, 爲中國)'라는 철학으로 중국 인재에 의한 중국식 삼성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국식 삼성전략은 임원 인사에 오롯이 반영되고 있다. 11년째 삼성 베이징통신연구소에 근무하며 휴대폰 연구개발을 책임져온 왕퉁(王彤)씨를 2009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한 데 이어 2010년 말에는 R&D 연구소 책임자 중 최고 직급인 전무로 승진시킨 것이 대표적 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현지 디자인 및 개발인력으로 구성된 PIT(Product Innovation Team)를 만들어 속속 중국 현지에 맞는 히트 상품을 내놓고 있다. 모니터 뒷면을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 색으로 디자인한 LED 모니터 제품인 '홍윈(紅韵)'을 선보여 지난해 100만대 판매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올해는 기숙 생활을 하는 현지 중국 대학생들이 소등 후 노트북을 사용할 때 편리하도록 키보드 조명 기능이 있는 백라이트 키보드 노트북을 내놓음으로써 시장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삼성은 이 같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가 무쌍한 정보기술(IT) 시장의 특성상 꾸준한 혁신과 현지화 박차를 통해 고객에게 사랑 받는 제품을 내놓는 것만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제 중국삼성은 최고 일류기업에 걸맞은 조직문화 정착에 나서고 있다. 효율적으로 영리하게 일을 해 높은 성과를 내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자는 'Work Smart'전략이 그 것이다. 1월 취임한 장 사장은 이를 위해 잔업 금지,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탄력 근무제 도입 등을 도입하며 일할 맛 나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일하고 싶고 신바람 나는 직장을 만들어야 현지의 고급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고 그래야만 일류 기업으로서 지속 성장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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