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위앤화 평가절상 압력으로 불붙은 세계 환율전쟁은 지난해가 전초전이었다면 올해는 각국의 경제사활이 걸린 한 판 대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ㆍ일본 ㆍ중국 등 이해 당사국의 경제가 환율 움직임 여하에 따라 명암을 달리할 수 있는데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각국에 대한 환율 압박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라크전 승리로 일단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부시 행정부는 경제 정책의 성공을 통해 이 같은 승기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달러 약세 유도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과도한 무역적자를 개선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특히 달러 약세를 통한 제조업의 수출 증가는 일자리 창출과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전문가들은 섬유ㆍ철강ㆍ자동차 등 부시 대통령의 전통적인 표밭인 제조업체들이 대선 시즌을 십분 활용, 백악관에 대한 위앤화 및 엔화 절상 압력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여 부시 행정부의 환율 공세는 그 만큼 강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타깃인 중국은 막대한 부실채권 등 메가톤급 금융 문제를 안고 있어 고정환율제인 현재의 환율시스템을 섣불리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환 투기 세력이 중국의 부실한 자본시장을 겨냥, 역외 선물시장을 조종하고 있는 마당에 안방을 내줄 경우 급격하게 외국자본이 들어오거나 빠지면서 허약한 국내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결코 엔화 강세를 방치할 수 없는 처지다. 10여년 만에 가까스로 시작된 경기 회복의 불씨가 아직 미약한데다 자칫 엔화 강세로 장기침체 불황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출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살리는 것이 기본적인 일본의 경기 회복 구도라며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엔 강세를 막아야 하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해 엔 강세를 막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에는 엔화 개입 상한선을 지난해의 2배 수준인 140조엔으로 늘려 놓고 외환시장에서 일전을 치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의 유로 강세에 대해 겉으로는 달러에 대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점잖을 빼고 있지만 수출 등 실물 경기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유로 강세가 결코 편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두바이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 회담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내용의 친(親) 시장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올해는 주요 선진국이 그 어느 때보다 자국 경기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환율 전쟁에 치열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