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힘겨루기 '무역전쟁' 가열

美-EU 힘겨루기 '무역전쟁' 가열 [2000 격동의 지구촌] ⑦ 통상마찰 심화 지역블록 강화등 反세계화 움직임도 지구촌을 휩쓰는 '세계화''자유화'의 물결과는 반대로 세계 각국이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략과 방어에 나서는 역풍(逆風)이 강하게 일면서 통상 마찰도 유달리 심화된 한 해였다. 이와 함께 지리적으로 인접한 몇몇 나라들끼리 공동의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하자는 '경제블록'도 강화되기 시작했다. 단일 국가로서는 미국 등의 거대국과 맞서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남미, 아시아 각국은 새로운 경제 블록 형성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고, 유럽연합(EU) 등 기존의 지역블록도 조직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가장 심각한 통상마찰을 빚은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다. 바나나부터 통신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킨 양자간 세(勢)겨루기는 '무역전쟁' 을 연상시키는 정도에 이르렀다. 특히 세계 경제의 양대 세력을 형성하는 이들의 무역 분쟁은 단순히 자국 업체들의 이익 보호라는 차원을 벗어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겨룬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자리잡고 있어, 갈등의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바나나와 쇠고기 분쟁에서 비롯된 양자간 세다툼은 전자상거래 과세, 음반저작권법, 상표권법, 농업보조금 지원 등 각 부문에서 불거졌다.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의 수출기업(FSC)에 대한 소득세 감면제도와 미국이 외국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반덤핑 관세를 자국 제소업체들에게 배분해주는 버드(Byrd)법안 등을 둘러싸고 양측 공방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편 이처럼 미국과의 힘겨루기가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EU는 얼마 전 열린 정상회담에서 EU의 조직확대 방안을 결정,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섰다. 현재 15개 회원국을 두고 있는 EU는 오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동유럽 국가들을 포함 12개국을 추가로 받아들이는 등 회원국 수를 최대 28개로 확대하겠다 것. 세계화 추세의 이면에는 이처럼 지역별 경제블록의 역풍(逆風)도 강하게 몰아쳤다. 남미 12개국도 지난 9월 역내 경제를 통합하는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합의하고 오는 2010년까지 남미 연합체를 형성하기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려는 북ㆍ중ㆍ남미 통합체인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방안과 달리 경제사정이 비슷한 남미 국가들끼리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아세안(ASEAN) 국가들과 한국, 중국, 일본 경제를 통합하는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창설을 제안, 북미와 EU과 겨룰 수 있는 세계 3대 경제권 형성 움직임이 이는 등 각국은 세계화의 물결에서 홀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속속 거대 경제권에 가담하고 있다. 신경립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