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고생 끝… "이젠 웃을래요" 진클럽앤드리조트오픈 최종슈퍼땅콩 3년 9개월만에 LPGA 우승 지난해말 연봉삭감 등 절치부심…통산 6승째한희원·김초롱 5위, 박세리도 2년만에 톱10 박민영 기자 mypark@sed.co.kr 김진영 골프전문기자 eaglek@sed.co.kr '우승 길로만 달릴래요.' 김미현이 1일 (한국시간) 미국 LPGA투어 진클럽스&리조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 위에 올라앉아 손으로 V자를 그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올랜도(미국 플로리다주)=KTF 제공 우승 직후 눈물을 닦는 김미현. /KTF 제공 3년9개월. LPGA 1세대 김미현(29ㆍKTF)의 이름 앞을 늘 장식했던 ‘슈퍼땅콩’이라는 애칭은 긴 ‘우승가뭄’ 속에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99년 미국 LPGA투어 데뷔 이후 2002년 8월 5승째를 거둔 뒤 준우승 2차례를 비롯해 ‘톱10’에는 31번이나 입상했지만 정작 우승이 없어 후배들의 기세에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했다. 지난해 말에는 KTF와 연봉 삭감을 감수하며 겨우 계약 연장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미현표 오기’는 꺾이지 않았고 마침내 4년이 다 되도록 굳게 닫혀 있던 ‘우승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유니온리조트골프장(파72ㆍ6,531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진클럽스&리조트오픈(총상금 250만달러) 최종라운드. 마지막 18번홀 챔피언 퍼트를 홀에 넣은 뒤 팔을 벌리며 비로소 밝아진 김미현의 표정에는 만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린을 빠져나갈 때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씻어내는 눈물도 보였다. 김미현은 이날 버디 5개, 보기 4개로 1언더파 71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캐리 웹(호주)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강자들을 2타차로 따돌린 짜릿한 승리였으며 2002년 웬디스챔피언십 이후 무려 98개 대회 출전 만에 일궈낸 통산 6번째 우승이었다. 우승상금 37만5,000달러. 오랜 기다림 끝의 우승은 쉽지 만은 않았다. 미야자토 아이(일본)에 3타나 앞서 출발, 1번홀(파4)부터 버디를 잡아냈고 미야자토가 2번홀(파3)에서 트리플보기로 무너지면서 무난히 정상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7타나 뒤져 있던 오초아가 7번홀까지 5개의 버디를 쓸어담는 사이 2타를 잃어 공동선두를 내주기도 했다. 웹도 차근차근 타수를 줄이며 턱 밑까지 따라왔다. 달아나면 쫓아오는 양상의 팽팽한 접전에서 김미현이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17번홀(파5). ‘우드의 마술사’답게 절묘한 7번우드 샷이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오초아와 웹에 1타 앞선 박빙의 상황에서 뒷바람이 부는 가운데 날린 김미현의 드라이버 샷은 300야드나 날아갔고 190야드를 남기고 친 7번우드 샷은 그린을 둘러싼 벙커를 살짝 넘어 그린에 안착됐다. 2퍼트로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며 2타차로 벌리면서 숨을 돌렸다. 김미현의 우승으로 한국낭자군은 올 들어 8개 대회에서 4승을 합작하는 강세를 이어갔다. 한희원(28ㆍ휠라코리아)과 김초롱(22)이 공동5위(4언더파)를 차지한 가운데 박세리(29ㆍCJ)가 공동9위(3언더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박세리가 ‘톱10’에 입상한 것은 2004년 8월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 준우승 이후 1년8개월만이다. 김미현은 “이제 우승도 했으니 아버지와 협상을 해 올해 안에 결혼도 해야겠다”며 웃은 뒤 “(박)세리도 빨리 부활을 해 예전처럼 번갈아 우승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LPGA 1세대 동료’에 대한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첫 우승 때도 눈물 안났는데…" 김미현 인터뷰 "처음 우승했을 때도 그렇지 않았는데 오늘은 스코어카드를 내러 가는데 눈물이 났어요." 4년 만에 우승고지에 오른 김미현은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떠오른 듯했다. 작은 체구지만 "남들 한 걸음 걸을 때 나는 빨리 두 걸음 걸으면 된다"며 당당했지만 후배들이 연신 치고 올라오는 사이 뒤 처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 "올 시즌 시작 때부터 스윙을 교정하기 시작"한 것도 그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미현은 요즘 한번 교정하려다가 실패했던 스윙 줄이기를 다시 시도하고 있다. 새로 만난 코치는 브라이언 모그. 그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착실하게 김미현을 돕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만난 것이 3번째로 대회 개막 전날 정성을 다해 스윙을 살펴줬다. 스윙 교정의 포인트는 백스윙 때 클럽이 지면과 평행이 되도록 스윙크기를 줄이는 것과 하체, 특히 오른쪽 허벅지를 단단히 고정해 몸의 꼬임을 크게 만드는 것. 스윙은 콤팩트하게 줄이고 파워는 키우는 법이다. "하지만 사실 이번 우승은 스윙이 아니라 퍼팅 덕분"이라는 게 김미현의 말. 전에 쓰다가 처박아 뒀던 '오디세이 화이트핫 넘버4'를 꺼내 왔는데 "손 맛이 예술이었다"고 한다. 먼 거리 퍼트도 자신감이 생겨 퍼트 실수가 거의 없었다는 설명. "스윙 교정 중이기 때문에 100야드 이내의 샷은 오히려 감이 떨어졌는데 퍼팅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6/05/01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