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몽유병 걸렸다"

中·印-기술력 日 틈바구니서 고전
FT "독창적 상품 저렴하게 만들어야"


“서울이 몽유병에 걸렸다(Seoul sleepwalk).”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1개 면 전체에 게재한 분석기사에서 한국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ㆍ인도와 기술력의 일본 틈바구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적에 동참했다. 이는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한국 경제 샌드위치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FT는 현대차 베이징 공장을 사례로 들면서 이곳 노동자들은 한 달에 360달러(약 34만원)를 받으며 시간당 68대를 생산하면서도 ‘현대차’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울산 공장 노동자들은 베이징의 10배를 훨씬 넘는 4,580달러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정작 시간당 생산량은 이보다 10대 이상 적은 55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취약한 노동생산성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면서 특히 반도체ㆍ휴대폰ㆍ자동차 등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전략산업이 활력을 잃고 세계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참여정부 4년 동안 한국 경제는 잠재 성장률 5%에도 못 미치는 연평균 4.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FT는 한국 경제학자들이 현상황을 ‘샌드위치’ 또는 ‘넛크래커(nut crackerㆍ호두 까는 집게)’로 표현하며 제2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혁의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중국을 따돌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최근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일본까지 가세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FT는 한국의 한 은행가를 인용해 “한국은 중국이나 인도처럼 역동적이지도 않고 일본처럼 성숙하지도 않다. 지금은 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시기지만 우리는 고립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FT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중국이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상품을 일본보다 저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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