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길어지면 사람의 수면시간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사람의 수면욕구는 단지 몸의 피로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햇빛에 의해서도 중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야행성을 제외한 대부분 동물들은 해가 뜨면 깨어나고 해가 지면 잠이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여름이라고 해서 일상의 스트레스 요인이 겨울보다 더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활동시간이 늘어나는 데 비례해 스트레스 요인도 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만큼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높아져 과로하기가 쉽다. 이런 점에서 여름은 건강면에서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반면, 다행히 인체는 부족해진 잠과 늘어나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하여 어떤 방비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빛이 있을 때 발생하는 인체의 호르몬, 세로토닌에 비결이 하나 숨어 있다. 사람의 몸은 빛이 있는, 밝은 곳에 있을 때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을 분비한다. 세로토닌은 일종의 자극물질로 인체의 각 부위에 자극을 보내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동창이 밝아오면 잠자던 사람이 절로 깨어나는 것도 바로 이 호르몬의 작용이다.
세로토닌이 충분하지 못하면 인체는 활동성이 떨어지고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회피적이고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것은 심하면 우울증 히스테리를 가져오기도 한다. 몇 년 전 수아레즈란 과학자는 사람에게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심장병 발작의 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한 사람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반응하며 중요하게 상처를 입은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하고 긴장하고 걱정하고 좌절하는 현상이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로토닌은 밝은 빛이 있을 때 잘 생성되는 것이므로 햇빛을 풍족하게 받지 못하면 세로토닌 부족으로 우울증 신경과민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잠을 방해하는 여름의 긴 해는 그에 대한 보상까지 갖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으로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쉽게 자살을 결정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충동성과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이 발견된다. 우울할 때는 햇볕을 받고 산책하면서 '빛'의 힘을 빌리자. 햇빛으로부터 쾌활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만화 같은 얘기지만 과학적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