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홍안 머리 치장/할머니 모시 적삼/할아버지 제비 넥타이/그렇게 만나서/그렇게 배를 타고/그렇게 이야기 꽃이다/신랑 신부처럼/손 잡고, 놓으며/노래와 춤으로 파도를 가른다」(어느 유람선)삶의 여백을 노래하는 시인에게 사람의 생애는 여유롭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맞잡은 손은 그대로 먹선만을 이용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여백은 언제나 자연의 풍물로 채워지니까.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태완씨가 시집 한권을 냈다. 이름하여 「꿈꾸는 날개」(모아드림 펴냄)이다. 강릉 출신인 시인의 꿈의 날개는 아무래도 그를 대관령의 한자락으로 옮겨간다. 그곳에서 들리는 야릇한 바람소리. 그러나 아쉬움만 가득하다.
「꿀찬 참외 놓고/토마토 설탕 치고/포도알 씹어도/고향의 제맛은 없다」(고향에 다시 와도)
고향에는 흙과 바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넉넉한 손맛 그리고 세월을 저만치 밀어내는 고집스런 인정이 있다. 그러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시인에겐 그림움이란 정감이 남는다.
시인은 언제나 고향을 노해하면서도 그곳에 깃든 인정 그리고 자연의 옹골진 자태를 잊지 않는다. 비록 오늘 도심의 뒷골목에서 쇠주 한 잔에 답답한 마음에 훈풍을 밀어넣지만. 그는 자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벙어리 냉가슴으로 간직하였던, 늦은 밤 나홀로 떠오르는 사색들을 쓰고 싶을 때 써 보고 또 지우면서 다시 쓴 내마음의 메시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