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네팔 사태 국제사회가 나서야

세계의 분쟁지역은 많다. 히말라야의 은둔 왕국인 네팔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강대국들은 이번 네팔사태를 덮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눈감아서는 곤란한 점이 있다. 네팔이 실패한 국가 리스트에 그 이름을 더하게 된다면 그 파장은 세계의 오지인 네팔 자체를 넘어서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당면한 우려는 폭력사태가 심화되는 경우다. 지난 23일 주간 통행금지조차 어긴 채 갸넨드라 국왕에 맞서는 국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하루 전날 국왕의 권력이양 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들의 분노는 진정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민주시위로 혼란한 정국을 책임질 강력한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어차피 이제 국왕은 허수아비가 됐고 정치가들의 부패와 무능력도 익히 알려진 바다. 급진 좌파 무장세력인 마오이스트(모택동주의자) 반군은 인권유린으로 악명이 높다. 만약 정국이 중심축 없이 혼돈으로 빠져든다면 네팔판 ‘피플파워’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이 혼란을 틈타 마오 반군이 정권을 장악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따라서 국제 사회의 도움이 중요하다. 지역ㆍ역사적으로 네팔과 관련이 깊은 인도, 미국, 영국, 그리고 중국은 네팔이 보다 덜 급진적인 대안을 모색하도록 최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국왕의 형식적인 역할은 유지하도록 해주는‘현실적인 민주주의’를 인정한다거나 혹은 급진 좌파 무장 세력인 마오 반군에게도 주류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가능한 대안이다. 하지만 이번 네팔사태를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궁극적 목표는 네팔 내의 ‘접촉그룹(contact group)’이 평화협상과 민주화를 선언하고 정전을 준비하는 것이 돼야 한다. 네팔 정권의 붕괴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국가는 중국과 인도가 될 것이다. 인도는 수많은 네팔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인도로 몰려드는 일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갸넨드라 왕국과 마지막까지도 전략적 유대관계를 유지한 중국 정부도 네팔이 티베트 반군의 기지로 이용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소말리아ㆍ콩고ㆍ캄보디아ㆍ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실패한 정권은 항상 테러와 국제분쟁의 온상지가 돼왔다. 국제사회는 이와 같은 더 큰 희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네팔사태가 혼란 없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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