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하는 건설코리아] <9·끝> 좌담회

"고부가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시공·상세설계 세계최고…기본설계 기술은 보완 필요


▦ 참석자(가나다순): 서종대 건설교통부 건설선진화본부장, 유준규 해외건설협회장,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사회: 최석영 서울경제 부동산부 차장 해외건설이 계속 호황을 유지하고 향후 더 큰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 다변화와 원천기술 개발, 사업 다각화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에 정부와 해외건설협회의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이 창간기획시리즈로 지난 8일부터 8회에 걸쳐 게재한 ‘해외건설 41년…재도약하는 건설코리아’를 마무리하면서 ‘해외건설 제2중흥기를 열려면’이라는 주제로 서종대 건설교통부 건설선진화본부장, 유준규 해외건설협회장,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이 참석,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우리나라가 해외건설현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41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2월 해외건설 수주 총 누적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서고 7월에는 ‘최단기간 100억달러’ 돌파라는 기록도 세웠으며 올해 해외수주가 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 동안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요. ◇이종수 사장=유사 이래 해외건설 수주 2,000억달러를 넘은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현대건설도 누계로 500억달러를 수주했는데 과거 250억달러를 수주하는 데 30년이 걸렸지만 나머지 250억달러를 채우기까지 10년밖에 안 걸렸지요. 그만큼 해외건설 수주가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의 기술 축적 역시 많이 됐습니다. 중동지역 발주 물량이 최근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고 플랜트 부문만 올해 1,900억달러 가량 발주될 것으로 압니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올해 충분히 200억달러 수주를 달성할 것으로 봅니다. ◇유준규 협회장=올해 우리나라 해외건설은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먼저 오늘이 있기까지 노력하신 이종수 사장을 비롯한 업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서종대 본부장을 포함한 건설교통부 관계자에게도 공을 돌립니다. 수주 대기 중인 물량을 감안할 때 150억달러는 무난하고 200억달러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해외건설은 특유의 역동성으로 온갖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고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습니다. 특히 수입 유발 없는 외화 공급원으로 국가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우수한 선진기술의 도입을 비롯해 국내산업의 국제화를 선도해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플랜트 건설 등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부분에서 기술개발과 더불어 건설장비와 설비 수출에도 활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서종대 본부장=해외건설 분야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수주액이 많습니다. 7월까지 105억달러를 달성했으니까 추세로 보면 170억달러는 무난하다고 봅니다. 200억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 순위는 세계 11~12위 수준으로 무역순위와 비슷한데 200억달러면 세계 5위권에 해당하지요. 중동 시장이 앞으로 4~5년은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고 국제유가가 50달러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계속해서 국내업체의 수주액이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해외 진출국가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중동 지역의 비중이 높다고 봅니다. 사업 다각화 측면도 마찬가지로 플랜트의 비중이 너무 큰 것 아닙니까. ◇유 협회장=중동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시장 다변화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건설 진흥계획의 핵심 과제이며 과거 중동 붐 이후 중동 지역을 대체할 신시장 발굴에 소홀했다고 보고 아시아를 비롯한 아프리카ㆍ중앙아시아 및 동유럽 지역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진출국 다각화 부분에 있어서는 베트남ㆍ태국ㆍ중국 등에 토목ㆍ건축사업을 비롯해 주택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중남미와 동유럽 등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서 본부장=과거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 10년간 100억달러를 돌파할 때는 저가 수주가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변했습니다. 따라서 중동의 오일붐이 꺼진다고 해도 국내 업체의 수주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지역도 다각화되고 있습니다. 70~80년대에는 중동에서 90%를 수주했지만 지금은 달라졌지요. 중동의 기름값이 떨어져도 해외 수주 100억달러 달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사장=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시대지요. 최근 현대건설은 유럽과 일본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고부가가치의 천연가스액화(GTLㆍGas To Liquid) 시설공사를 카타르에서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중동 지역 플랜트 공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인데 기술력이 높은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회=최근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업체와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주로 주택개발사업 위주여서 리스크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유 협회장=최근 국내 주택경기 악화와 수익성 감소로 인해 중견업체 중심으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이 늘고 있습니다. 두바이ㆍ베트남 신도시 개발 등 개발사업 위주인데 성공할 경우 수익성은 높지만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매우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심한 경우 회사의 존립이 어려울 수도 있지요. 과거 외환위기 이전에 대형업체들이 해외에서 벌였던 다수의 투자개발사업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비싼 수험료만 지불한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는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해외투자개발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견업체에 사전교육과 자문을 실시 중입니다. ◇서 본부장=수주도 있고 개발형 사업도 있는데 개발형 사업은 주택사업 위주지요. 특히 최근 국내에서 축적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이 늘고 있는데 우려되는 점은 현지에서 시장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한 업체만 잘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진출하려고 하는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업체들이 해외의 행정이나 공무원 서비스를 잘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도로ㆍ가스ㆍ전기 등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거나 해당 국가의 고유한 행정ㆍ문화환경을 조사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또 신흥 산유국이나 개발도상국가는 경제체제가 안정되지 않아 투자원금 환수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수요 파악과 제도, 투자원금 회수계획 등을 사전에 잘 세우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장=해외건설을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해외에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많이 합니다. 국가별로 제도ㆍ문화가 다 틀리기 때문이지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리 인력과 자재 사용을 줄이고 현지에서 인력을 비롯해 많은 부분을 아웃소싱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자본투자를 하거나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이지요. 중견기업이 잘 준비해 진출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매니지먼트 실력도 갖춰야 합니다. 손해를 본다면 국부유출밖에 안되기 때문입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유 협회장=건교부에서 펀드를 만들어줘서 중견업체들에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업체들의 열성이 대단합니다. 계약서 작성부터 토지ㆍ법령ㆍ자금환수 등 각 부분을 사전에 교육시키고 있지요. 교육받은 사람들도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회=해외건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고급인력을 육성해야 합니다. 특히 플랜트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0~20년이 소요되는 기술개발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 사장=국내 업체의 플랜트 원천기술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라이선스 대부분이 유럽ㆍ일본ㆍ미국 등의 해외업체 소유라서 그들과 합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외국계를 따라잡으려면 설계가 뛰어나야 합니다. 우선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의 수를 늘려야 합니다. 단기간에 하기는 어렵겠지만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기 때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 본부장=우리 업체가 잘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해 단기간에 국제 수준에 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원천기술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현재 건교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예산이 25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5,000억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중 플랜트 연구비로만 1,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으로 2~3년 내에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분야를 조사 중입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해외담수화와 GTL 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입니다. 중동을 비롯해 중국ㆍ인도 등은 자국 기업에 비해 외국기업 규제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현지 업체와 해당 국가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유 협회장=현재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을 살펴보면 우선 시공기술과 상세설계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플랜트건설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공사 또는 턴키공사도 선진업체와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요. 하지만 전체 공사의 틀을 짜는 기본설계 등 핵심 기술능력은 매우 취약해 미국ㆍ유럽 등 선진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어 핵심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세계 주요 발주처에서 우리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아 입찰자격 취득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기술개발은 국제화시대에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원천기술을 갖추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협회도 정부 지원과 선진국 현황 파악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해당 기업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선진국의 첨단기술 현황과 실태를 수시로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분석해 해당 기업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사회=해외에서 국내 업체의 관심 분야가 같다 보니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 업체간의 과다한 경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유 협회장=최근에는 업체들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는 많이 없습니다. 수익성이 악화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기업정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플랜트공사의 경우에는 기업별로 전문 분야 특화가 상당 부분 이뤄져 앞으로 과당경쟁이 발생할 소지는 매우 낮습니다. ◇서 본부장=기술과 가격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합니다.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나 협회가 나서 조정하는 것은 국제경쟁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이 사장=과거에는 우리 업체끼리 제살을 깎아먹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런데 일본은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이 매우 잘되더군요. 최근 세계적으로 공사물량이 많아 우리끼리의 경쟁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사회=앞으로 해외건설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협회 업계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서 본부장=현재 우리나라의 해외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70~80%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를 100%까지 끌어올리고 공사 점유율도 11위권에서 5위권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내년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술개발 등에 나서는 업체들을 지원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해주십시오. ◇유 협회장=해외건설 전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인력풀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900여명이 협회에 등록하고 있지요. 중소기업 수주지원센터에서는 해외건설 수주도 돕고 있습니다. 업체들의 미래를 위한 신시장 개척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보수집과 각국 현황 파악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중소 건설업체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이 사장=해외건설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업체의 노력은 물론 정부의 지원책이 좀더 필요합니다. 특히 새로운 시장개척자금을 상향 조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지금도 정부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업체들이 저개발 국가 등에 진출할 때 국가 차원의 외교 지원이 매우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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