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02일] '관건선거 논란' 오세훈 시장이 끝내야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신(新) 관권선거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진원지는 서울 동작 을에 출마한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의 ‘뉴타운’ 관련 발언. 정 후보는 지난달 27일 선거사무소 출정식에서 사당동과 동작동에 뉴타운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동의를 구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해 야당 후보들은 들끓고 있다. 정동영 민주당 후보 측은 지난달 31일 관권선거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했고 김지희 민노당 후보는 1일 정몽준 후보와 오세훈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86조를 명백히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선거에 임박해 각종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정치판의 ‘진흙탕’모양새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접어두자.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지적도 이젠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문제는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오세훈 시장의 애매모호한 태도이다. 오세훈 시장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기 중 뉴타운 추가지정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ㆍ3차 뉴타운이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만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 시장은 “임기 내에 뉴타운을 추가로 지정할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강남 재건축 등을 꽁꽁 묶어둬 건축 경기가 많이 안 좋은 형편이어서 이제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는 설명과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이긴 했지만 그간의 발언에 비하면 상당히 나아간 수준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경기 상황을 봐가며 규모를 최소화해 10곳 이하로 지정할 수도 있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중량급 후보를 만나 뉴타운 관련 얘기를 나눴으니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하다. 정몽준 후보 측 주장대로 약속을 했다면 분명 부적절한 처신이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정치적 논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같은 당 후보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오 시장은 결자해지 차원에서라도 빨리 이번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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