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과 넥타이/김승경 중소기업은행장(로터리)

요즘 신문을 보면 넥타이 부대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과거에는 양복과 넥타이가 화이트 칼라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었으나 이제는 남성의복으로 너무나 보편화되어 넥타이 부대라는 말도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모든 직장인을 상징할 수 있고, 나아가 이 사회의 모든 직업인을 포괄하여 가리키고 있다하여도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어느 사상가는 양복과 넥타이야말로 가장 비인간적인 복장 중 하나이며 따라서 서양문명의 가장 우스꽝스러운 산물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사진을 보면 역시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어 싫든 좋든 양복은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 또는 문화인의 상징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양복은 나름대로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 탁월한 범용성을 들 수 있다. 때로는 사무복이 되고, 또 때로는 외출복이 되는가 하면, 결혼식이나 장례식의 예복이 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용도가 제한되고 거북한 의복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양복만큼 다양한 용도로 입을 수 있는 옷도 흔치 않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양복에 제법 멋을 곁들여 주는 것이 넥타이이다. 요즘은 특히 개성이 강조되다 보니 양복에 맞춰 넥타이의 색깔이나 모양을 바꾸기도 하고 유행도 따라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나 한눈에 멋쟁이로 보이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아무래도 필자의 세대는 아내가 골라주는 넥타이를 매는데 익숙해 있고 또 아내가 골라 주는 넥타이를 매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그런데 넥타이를 매게 되면 불편하긴 해도 다소 긴장감이 생겨 마음이 정돈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넥타이는 그것을 맨 사람의 감정이나 정서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남성들은 어려운 일에서 해방되면 먼저 넥타이를 풀어제친다. 술에 취해 걷는 사람을 보면 어김 없이 넥타이가 삐딱하게 늘어져 있다. 반면에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사람을 보면 어딘지 신뢰가 간다. 넥타이가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반대로 집중력을 조성해 주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상대방과 첨예하게 가격협상을 벌여야 하는 세일즈맨이나, 협정문의 글자 하나로 씨름을 벌여야 하는 외교관의 복장이 오래 전부터 양복에 넥타이였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회 전반이 격변의 진통을 겪으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점에서 그동안 넥타이로 상징되는 직장인 또는 직업인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때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이들이 각자 제자리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 지의 여부가 우리의 앞날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의 넥타이는 바로 매어져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제의해 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