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와이브로 장비수주 2파전

LG전자 탈락속 1조8,000억 시장놓고 삼성-포스데이타 각축

KT가 차세대 서비스로 추진하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시스템 입찰에서 LG전자가 탈락했다. 이에 따라 총 1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와이브로 장비시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포스데이타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게 됐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포스데이타는 최근 KT가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와이브로 기지국ㆍ제어국 등 핵심장비 기술테스트를 나란히 통과했다. KT는 이들 업체가운데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부터 공급가격 협상에 들어가 조만간 1개 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반면 LG전자의 경우 1차 테스트를 통과한 뒤 2차 테스트에서 고배를 마셔 와이브로 장비 사업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와 포스데이타가 토종기술로 승부를 건 데 반해 LG전자는 미국 어댑틱스사의 시스템을 재개발해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장비 입찰은 오는 11월 부산 아셈(ASEM) 정상회의에서 와이브로를 시연하고 내년 4월 시범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어서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최종 선정되는 업체는 앞으로 KT의 와이브로 장비 주공급 업체로 굳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비상한 관심을 모아왔다. 세계 최초의 휴대인터넷 사업자에게 시스템을 공급하는 ‘영예’가 삼성전자와 포스데이타 중 어느 쪽에 돌아가느냐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수년간 국내 와이브로 표준화 작업을 사실상 주도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와이브로=삼성전자’라는 인식을 굳혀왔다. 포스데이타도 와이브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쏟아 부으며 ‘올인’해온 터라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번에 삼성전자에 밀리면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또 다른 와이브로 사업자인 SK텔레콤도 현재 장비입찰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KT 입찰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KT 입찰이 세계 최초의 휴대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인 만큼 결과가 불러올 파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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