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품헬기가 알래스카서… 황당
서울보다 따뜻한 알래스카 "이건 아닌데…"KAI 직원들 한국형 수송헬기 저온 테스트 못해 발동동
김흥록기자 rok@sed.co.kr
"알래스카 날씨가 서울보다 따뜻해서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직원들은 요즘 미국 알래스카 주(州)의 날씨가 어서 빨리 추워지기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추위도 그냥 추위가 아닌 영하 40도 수준의 맹추위를 기다리고 있다.
KAI 직원들이 알래스카 날씨에 이토록 관심을 두는 까닭은 KAI가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수송헬기 '수리온(사진)'의 저온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헬기 등 항공기는 안전에 민감한 품목인 만큼 상용화를 위해서는 온도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실험을 거쳐야 한다. 이번 KAI의 실험은 수리온이 영하 32도 이하 온도에서 정상적으로 기동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테스트다.
KAI는 전용 냉동고에서 실시한 저온 실험을 이미 마쳤지만 실제 외부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달 말 수리온 1대를 미국 알래스카로 보냈다. 알래스카는 겨울철 최저 온도가 영하 60도에 달하는 만큼 저온 실험에 적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 등 동행한 임직원 수만 30여명에 이른다.
본격적인 실험시작 일정은 지난 1일부터였다. 혹한을 자랑한다던 알래스카는 정작 올 들어 최고 기온이 영상을 넘나드는 등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KAI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알래스카보다 우리나라 서울 날씨가 더 추울 수가 있나"라면서 "이럴 줄은 몰랐다"며 입맛을 다셨다.
다행히 애초 저온 실험 일정은 오는 2월 중순까지로 잡아놓았기 때문에 아직 여유는 있는 상태. 다만 30여명의 현지 엔지니어들 입장에서는 현지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날씨가 추워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KAI의 한 관계자는 "막상 추운 곳을 찾아 왔는데 춥지가 않은 웃지 못할 상황이지만 알래스카의 1~2월 평균 날씨를 분석해 간 것이기 때문에 전체 테스트 일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날씨가 영하 32도 밑으로 떨어지면 스피드∙기동 등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품질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온은 군이 운용 중인 노후 기동헬기를 대체하고 헬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6년 6월부터 개발에 돌입한 한국형 헬기다. 방위사업청과 지식경제부의 공동 주관으로 3개 개발주관기관(KAI∙ADD∙KARI)과 28개 연구기관, 98개 국내 협력업체 및 49개 해외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대형 국책개발사업을 통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