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해외IR 성공의 전제조건

기업은행은 최근 뉴욕에서 유럽과 미국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실시했다. IR를 마친 후 강권석 행장은 뉴욕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말도 마세요. 일대일 미팅을 전개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회사의 경영현황과 문제점, 향후 성장성과 수익성을 숫자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회사소개는 생략하고 바로 ‘Q&A’로 들어가자고 제안하더군요”라고 전했다. 강 행장의 말대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과 분석력이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고 한 단계 높은 기업설명회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보고서 몇 장 갖고 나와 슬라이드 영상을 보여주던 시대는 지났다. 그들은 한국기업의 재무담당자나 애널리스트보다도 더 많은 고급정보를 갖고 한국기업을 분석하고 있다. 유럽의 룩셈부르크, 미국의 월가, 워싱턴의 투자기관들은 20억~100억달러를 굴리는 대규모 투자집단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기업을 제대로 알리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회사소개서 몇 장 가지고는 어려운 현실이 됐다는 얘기다. 이는 국가 IR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한국경제 IR를 위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뉴욕을 방문했다. 이 부총리는 “단순히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투자여건 등을 가지고 외국 투자기관에 호소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인 정보기술(IT)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에는 IT 등 특정 산업 전문가들을 데리고 올 생각입니다”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물론 수많은 기업들이 투자유치와 기업이미지 개선을 위해 해외 투자가들을 찾아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뉴욕 사무실을 내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없으면 외국인투자가들은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주는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수험생에 불과하다. 높은 점수를 받고 투자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도 정교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서정명 뉴욕(미국) 특파원=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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