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외국인, 전자·車 대표주로 갈아탄다

기존 사들이던 네이버·SK하이닉스 내놓고
삼성전자·현대차·현대모비스로 투자 좁혀


외국인이 7거래일 연속 '바이(buy) 코리아'에 나서면서 손에 쥐는 대형주를 바꾸고 있다. 기존에 사들이던 네이버와 SK하이닉스(000660)는 내놓고 글로벌 경기회복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기아차(000270)로 좁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이끄는 외국인의 움직임을 따라갈 것을 권했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8%(3.55포인트) 떨어진 1,993.70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2,0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며 고지를 넘지 못했다. 이날 투신권(-1,598억원)을 포함한 기관은 2,27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 역시 1,2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3,425억원 순매수해 7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돌아온 외국인의 최선호종목은 삼성전자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기 시작한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225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7거래일 중 1거래일을 제외하고 연속으로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에 다다랐다. 이날은 2.43%(3만3,000원) 오른 13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579억원을 순매수해 삼성전자 한 종목에 44%가량이 집중된 셈이다.

삼성전자에 외국인 수급이 몰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1·4분기 실적이 우려했던 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초만 해도 1·4분기 실적추정치가 9조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8조4,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추정치가 낮아지면서 시장에서의 눈높이도 낮아진 것이다. 해외 대형 가치주 펀드에서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준으로 유망한 가치주로 판단하고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 중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2010년 이후 스마트 모바일 수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던 업체들이 최근 조정을 받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삼성전자 등 그동안 잊혀졌던 업체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150만원대로 올라설 모멘텀을 받기 위해서는 실적과 주주환원정책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150만원까지 올라서기 위해서는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시장 기대치인 8조4,000억원은 무난하게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이는 지난해 1·4분기 영업이익(8조7,790억원)에 비하면 역성장이기 때문에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월 중에 배당정책 수정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이 나와주는지도 150만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와 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이른바 '현대차 3인방'도 일제히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본격적으로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현대차를 2,415억원어치 사들였다. 기아차 역시 같은 기간 1,521억원의 외국인자금을 끌어모았고 현대모비스도 외국인이 538억원어치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대표적인 장치산업인 이들 자동차주의 주가도 재평가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요 증가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며 "따라서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 업종인 자동차에 대한 투자매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관심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무섭게 오르던 네이버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네이버는 이날 0.25% 하락한 것을 포함해 최근 한 달 동안 10% 가까이 밀려났다. SK하이닉스도 이날 1.35% 하락한 3만6,55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4만200원으로 52주최고가를 기록했던 2월13일 대비 10% 넘게 빠졌다.

단기간 급등한 주가에 가격 부담을 느낀 외국인이 대규모 물량을 내놓고 있는 것이 주가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동안 네이버를 1,913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852억원어치 내던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느끼는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 싸다는 것"이라며 "네이버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성장성이나 실적은 논외로 하더라도 주가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에 외국인 수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기간 현대중공업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외국인이 40억원 규모의 매도세를 보였다. 반면 신한지주(905억원), 한국전력(497억원), KB금융(263억원) 등은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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