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내실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더뎌지면서 철강 등 제품가격은 하락한 반면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2011년 보다는 수익성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매출액 상승을 영업이익 증가세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됐다.
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 499곳의 지난해 매출액(K-IFRS연결기준)은 1,776조원으로 전년 보다 7.60%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95조6,584억원으로 전년보다 2% 줄었고, 순이익은 6.87% 감소한 65조789억원에 그쳤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39%로 전년(5.91%)보다 나빠졌고, 매출액 순이익률도 3.66%로 전년 4.23%에 비해 악화됐다. 아울러 지배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종속회사 소유지분 순이익도 61조2,716억원으로 1년 전 보다 2.98%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장비, 무선통신기기 등의 꾸준한 수출을 바탕으로 전기전자 업종의 매출과 이익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내수업종인 유통과 음식료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소폭 늘었고, 종이목재업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해 섬유의복, 서비스, 통신, 철강금속 등 대부분 업종의 흑자규모가 1년 전 보다 줄었다.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건설ㆍ비금속ㆍ운수창고ㆍ의료정밀ㆍ전기가스업종은 전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고,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면서 기계업종은 적자로 전환했다.
전기전자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108.45%나 늘어나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섬유의복(-50.81), 서비스(-41.17%), 화학(-38.24%), 통신(-38.01%) 등 다른 업종의 순이익 하락세가 워낙 컸다.
분석대상기업 중 368개사(73.75%)가 흑자를 냈고, 131개사(26.25%)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흑자였다가 적자로 돌아선 곳은 47곳(9.42%)으로 흑자전환 한 39곳(7.82%)보다 많았다.
기업별로 보면 지난해 매출액 상위 20개사 가운데 CJ의 증가율이 32.83%로 가장 높았고 한국가스공사(23.22%), 삼성전자(21.88%), LG디스플레이(21.15%) 등이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중에서는 LG전자의 증가율이 199.72%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삼성전자(85.69%), 한국가스공사(23.80%), CJ(18.03%) 등이 좋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현대중공업(-56.30%), SK이노베이션(-42.58%), 포스코(-33.19%), LG화학(-32.23%) 등 11개사의 영업이익이 대폭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전체 영업이익률도 악화됐다.
종합적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IT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돋보인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20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크게 상승하며 상장사들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LG전자의 경우 매출은 6.0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배 가까이 늘어 체질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패널업체인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1년 7,600억 적자에서 지난해 9,100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삼성SDI는 1조4,86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4배 넘게(323.5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