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종잣돈 만들 예금상품 필요하다

대출 지원책 봇물 불구 재산증식 방안은 없어
"95년 폐지 재형저축과 유사한 상품 만들어야"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처럼 서민들이 돈을 모을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

서민들이 종자돈을 만들어낼 '서민전용 예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햇살론'과 '미소금융사업', '희망홀씨대출' 등 저신용ㆍ저소득 계층을 위한 대출지원 사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서민의 자산형성 지원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자산형성과 대출 지원이라는 '투 트랙'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서민지원예산 늘려야=5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서민을 대상으로 저금액과 동일한 금액만큼을 지원해주는 매칭형태의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에 이르는 서민을 대상으로 '희망플러스통장'을 통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한달에 20만원을 저금하면 20만원을 서울시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해주는 식이다. 서울시는 올해 16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이미 지난 6월까지 예산의 80%가 소진됐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심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평균 경쟁률이 2대 1에서 3대 1이 될 정도로 많이 몰린다"며 "차상위층(최저생계비의 120%)이나 차차상위층은 인원이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많은데 재원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전라북도가 차상위층을 대상으로 작년부터 매칭형태로 지원을 해주는 '행복키움통장'도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이들 사업은 모두 예산문제로 지원대상이 한정돼 있고 모금에 상당부분을 의존하다보니 안정적인 재원수급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리고 대기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형저축 부활해야=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아닌 저소득 서민을 위한 재산증식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95년 폐지된 근로자 재산형성저축 같은 서민전용 상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형저축은 저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고 한국은행 출연금 등으로 원금의 3.5~12%까지 장려금을 지급해주는 제도다.

굳이 재형저축과 동일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비과세 혜택이나 정부의 금리보전을 통해 서민들의 예금에 고금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민을 위한 비과세 혜택을 위해서는 20세 이상 전국민에게 1인당 1,000만원까지 제공되고 있는 세금우대 정책을 소득기준으로 조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같은 서민금융기관 거래고객에만 제공되는 비과세 예금도 소득을 기준으로 전금융기관에서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양극화를 줄이고 저소득 서민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재산형성을 돕는 게 중요하다"며 "비과세 등 세제혜택을 주고 관련 예산을 늘리려면 정부의 부담이 많겠지만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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