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유럽발(發) 재정위기 및 금융쇼크가 국내 경제를 강타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악화와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에 매매대기 수요자들이 집 사는 것을 보류하면서 집값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달 말 반짝 증가세를 보이던 수도권 주택매수 문의가 이달 들어 뚝 떨어지고 거래도 끊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집값 하락은 단순히 매매시장 위축에 그치지 않고 전셋값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구나 곧 가을이사철이다. 경기침체와 집값 하락 속에 전세수요자가 늘면서 전세매물 품귀에 따른 전세대란이 야기될 수 있다.
전셋값은 이미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폭 올라 서민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8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매달 평균 233만7,500원씩 올랐다. 이는 1ㆍ4분기 기준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흑자액 90만8,406원보다 2.6배나 높은 수치다. 생계를 위해 지출하고 남은 돈 모두를 저축해도 급등하는 전셋값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빚을 내 재계약하거나 값이 싼 외곽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셋값 상승이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되고 있는 것은 건설경기 침체로 주택업체들이 아파트 건설을 꺼리면서 입주물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입주물량은 지난해의 58%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매매시장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대기 등으로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발 쇼크로 야기된 경기침체의 불안감은 이런 수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을 억제할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결국 전세난은 거래 활성화로 풀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일정을 조절해 대기수요자들이 매매수요로 전환되도록 하고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건설업체들의 주택공급을 막는 규제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폐지 방침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