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보다 '내수부양' 선택

정부 "경기회복"에 힘보태 심리적 안정효과 노려
시장선 "상황인식 다행" 평가속 효과엔 '회의적'
선진국은 인상…자본유출확대등 부작용 우려도

'물가안정'보다 '내수부양' 선택 정부 "경기회복"에 힘보태 심리적 안정효과 노려시장선 "상황인식 다행" 평가속 효과엔 '회의적'선진국은 인상…자본유출확대등 부작용 우려도 12일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한 박승 한국은행총재가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물가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정확대 등 일련의 경기부양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인ㆍ소비자ㆍ시장참여자 등 다방면의 경제주체에 대해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 활성화 의지를 각인시켜주는 심리적 효과를 노렸다고 해석된다. 아울러 이날 금통위의 금리인하는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들어 두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데다 영국이 올들어 여러 차례 금리를 올리는 등 국제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정부에 이은 한은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는 올 하반기 이후 내년 경기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감소는 6월에 멈춘 뒤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보이지만 미미한 내수 회복세가 앞으로 예상되는 수출둔화와 건설경기 위축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지난달까지 한은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에 대해 낙관을 부르짖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한은이 민간 전문가들과 올 하반기와 내년 경제성장 둔화 우려에 인식을 같이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 문제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내린 ‘금리인하’가 실제로 경기부양 효과를 내줄 수 있느냐 여부다. 이날 금리인하 소식을 반긴 곳은 금리인하에 ‘베팅’해온 채권시장과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에 사실상 금리인하 압력을 넣어온 재정경제부다. 그동안 한은은 금리동결을 주장해왔고 재경부측이 금리인하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번 인하로 항간에서는 ‘한은은 재경부 남대문출장소’라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박 총재의 지적대로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기업투자 유발과 소비 활성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박 총재는 지난 8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금리를 인하해서 소비가 살아난다면 콜금리를 100bp(1%포인트)라도 내릴 것”이라며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금리를 상당한 수준까지 내렸지만 통화량 증가가 미미하다고 지적, 추가 금리인하가 자칫 유동성 함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또 최근 실적이 좋은 우량 기업들은 대부분 외부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현금이 풍부한 상황인 반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어 금리인하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오히려 금융 자산가의 이자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촉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경제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금리인하를 제시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며 “통화증가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계속 낮추면 일본처럼 ‘제로금리’에도 유동성이 늘어나지 않는 대신 통화정책 수단만 잃어버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안정’ 책임에 대한 부분에서도 한은은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연구위원은 “아직까지는 물가상승 요인이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 머지않아 수요 측면으로까지 파급될 수 있다”며 “금리인하로 인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지난 6월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인상에 나서는 등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 홀로 인하’를 선택, 금리차를 노린 자본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마저 제로금리를 포기하면 국내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나 홀로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입력시간 : 2004-08-1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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