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에서 만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인도 시장의 풍부한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성공을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개방된 자세와 신중한 접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남한 면적의 33배에 달하는 방대한 국토에 다양한 인종과 18개의 공식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 평균이라는 말은 큰 의미가 없으며 주별로 과세체계 등 정책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한국과 인도의 대표적인 차이가 바로 속도다. 지충근 한화케미칼 뉴델리지사 지사장은 "한국에 뭐든지 빨리 해결하는 '코리안 타임'이 있다면 인도에는 '인디안 타임'이 있어 공식 행사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연되는 것은 예사다"라며 "한국과는 다른 인도 상황을 고민하기보다 인도 특유의 느림의 미학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도는 과거 영국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다. 인도인들도 이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 문화에도 잘 반영돼 있다. 이를테면 인도에서는 회의를 할 때 한 사람이라도 다른 의견이 나오면 참석자 전원이 만족할 때까지 토론이 이어진다.
이 같은 인도 문화를 이해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인 사례가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다. 두산은 지난 1990년대부터 인도에서 사업을 펼쳐 현재 약 1,500여명의 직원을 갖춘 조직으로 성장했지만 한때는 이직률이 20%에 육박하는 등 많은 시행 착오를 거쳤다. 특히 한국과 달리 고용시장이 개방된 인도에서 한국식 조직관리를 시도한 것이 문제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후 인도 직원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과 함께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고민한 끝에 현재 이 회사의 이직률은 한국보다도 낮은 3%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성호 두산파워시스템즈인디아 부장은 "인도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영역이 아니거나 애매한 경우 책임부담을 지지 않으려 하는데 이 점을 인식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인도인은 믿을 수 없다' '책임감이 없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인도인을 비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도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