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점 전초기지 활용·마케팅도 강화국내업계가 중국으로 설비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 전자부품, 섬유, 기계 등 주요 업체들은 국내 사업구조 조정과정에서 관련 설비를 고부가가치 쪽으로 전환하는 한편 수익성이 낮은 분야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업계는 특히 중국에 설비를 옮기면서 단순한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현지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삼기로 하고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최근 구미공장 일부 설비의 중국 이전을 대부분 끝냈다. 올해초부터 시작된 일이다. 이를통해 중국 톈진(天津) 직물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500만 야드에서 600만 야드로 늘어났다.
제일모직은 "설비이전에 그치지 않고 톈진공장의 생산성, 품질, 원가, 시스템, 설비 등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와 신제품ㆍ신기술 개발을 통한 수주확대 등 자체 혁신 프로그램의 추진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의 의류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중국시장의 선점과 현지공장을 경쟁력 있는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4일부터 텐진공장(삼성고신전기유한공사ㆍ三星高新電機有限公司)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칩 저항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수원공장 라인의 절반을 옮긴 것.
삼성은 연말까지 수원의 모든 칩 저랑 라인을 텐진공장으로 옮길 계호기이다. 이뿐 만 아니다. 탄탈콘덴서의 최종단계인 조립라인을 이전했으며 연말까지 TXCO(온도보상 수정발진기), VCO(전압제어 발진기) 등의 설비도 대규모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의 텐진 1공장(삼성전기유한공사)의 SAW필터, VCO, TCXO 라인도 다음달까지 고신전기유한공사로 옮기기로 했다"며 "올해만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앞으로 대규모 이동통신 부품단지로 육성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신 수원단지는 고용량ㆍ초소형ㆍ고집적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및 연구단지로 키우기로 했다. 저부가가치 제품은 중국으로 옮기고 국내설비는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SDI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이 회사는 모니터용 브라운관(CPT) 라인을 중국으로 옮기는 대신 국내 공장은 유기EL, 형광표시관(FED), 차세대 디스플레인 LCOS를 비롯 디지털TV용 초대형 브라운관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생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LCD) 1개라인의 이전을 서두르고, 중장기적으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전지사업에서도 조기 현지거점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LG전자는 1억달러를 투자하고 국내 일부 설비를 옮겨 조성한 중국 텐진공장의 냉장고ㆍ에어컨 생산 라인을 오는 11월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창원 공장이 아니라 텐진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사실상 백색가전 제품의 생산 중심지를 중국으로 옮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합은 울산의 폴리에스터 설비를 칭다오 법인으로 옮기기로 하고 부지 확보를 끝내고 현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을 받기로 했다. 또 휴비스는 지난해 11월 통합법인 출범 전부터 쓰촨성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설비이전에 대해 국내업계 관계자들은 내수시장에서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고용감소, 제3시장에서의 수출경쟁 등 부정적 측면도 강하다며 이에 대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있다.
최형욱기자
최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