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노벨경제학상서 보는 투자 길잡이

김만동 우리투자증권 대치WMC센터장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자산 시장의 예측에 대해 연구한 세 명의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 교수와 라스 피터 핸슨 교수,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의아한 것은 파마 교수와 실러 교수의 연구 결과가 전혀 상반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천동설과 지동설에 같이 상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파마 교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효율적 시장 가설을 주장했다. 시장에서 모든 정보는 주식이나 채권 가격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 예측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종목으로 수익을 올리기는 힘들고 시장 전체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요즘 각광받는 인덱스 펀드의 근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로 불리는 뱅가드그룹의 존 보글은 파마 교수의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가 상위에 놓였다.

반면 실러 교수는 1980년대에 효율적 시장 이론을 비판하면서 파마 교수와 달리 시장의 가격에는 비이성적이지만 반복되는 인간 행동의 패턴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심리적 요인이 주가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정보기술(IT) 버블을 예언했고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했다. 파마 교수가 경제학의 근간인 '보이지 않는 손'의 애덤 스미스에 연결된다면 실러 교수는 케인스의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인 '야성적 충동'에 뿌리를 둔다.

여기서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 시대를 맞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의 방향이 제시된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이 상반된 견해를 가진 학자들이 공동 수상한 것을 보면 지금의 불확실한 시대에는 어느 한쪽으로의 치우침이 없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개인투자자의 모습을 보면 일련의 금융 사태가 있기는 했지만 너무도 보수적인 투자를 견지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들은 연속 순매수 기록을 갱신하면서 8월 이후 12조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번 양적환화 축소 우려 감속에서 여타 이머징 국가의 큰 주가 변동성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내 및 글로벌 시장의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확신 아래 적극적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도 조금은 열린 자세로 국내 시장 투자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시기로 보인다.

실러 교수는 3년 전에 '정보의 비대칭이론'으로 유명한 조지 애컬로프 교수와 '야성적 충동'이란 책을 공동 집필했다. 애커로프 교수의 부인은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의장에 이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이다. 앞으로 그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연준 정책으로 비이성적인 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적 경제 성장을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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